제17대 대통령 선거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효과'에 대한 증권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연말에 강세를 나타낸 사례가 많았던 데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훈풍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설렘 때문이다.
1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987년 이후 치러진 네 차례 직선제 대선에 국한해 주가 동향을 분석한 결과 대선 전후에 대체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에서는 대선후보별 지지율 추이에 따라 관련 테마주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점이 특징이다.
▲ 역대 대선 전후 주가 대체로 상승= 과거 대통령 선거와 주가동향을 보면 대선 시점을 전후해 코스피지수(옛 종합주가지수)가 비교적 좋은 흐름을 나타냈다.
1987년 13대 대선(노태우 당선)과 1992년 14대 대선(김영삼 당선), 2002년 16대 대선(노무현 당선) 때 대선을 앞두고 주가가 상승했다. 특히 14대 대선을 앞두고 6.3% 급등했으며, 16대 대선 전에는 5.6% 상승했다.
하지만 1997년 15대 대선(김대중 당선) 당시에는 한 달 전에 비해 15.4% 급락했다. 대선보다 IMF(국제통화기금) 한파가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결과다.
선거일부터 공식취임일(13,14,15,16대 모두 선거 이듬해 2월25일) 전날까지 약 두 달 간의 주가 추이를 살펴봐도 상승이 하락보다 많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39.1%)과 김대중 전 대통령(23.4%), 김영삼 전 대통령(0.75%)의 당선 직후 취임까지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노무현 현 대통령 때는 13.1% 떨어졌다.
그러나 취임 후 2년으로 비교기간을 넓혀보면 4차례 모두 주가가 상승했다.
취임 2년의 주가 상승률을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권 당시 67.47%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65.1%), 김영삼 전 대통령(39.20%), 노태우 전 대통령(26.95%) 순이었다.
◆후보따라 일희일비..널뛰는 '대선 테마주' = 17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 테마주'들이 관련 후보의 지지율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점은 과거 대선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들 대선 테마주가 본격적으로 출렁인 것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8월 중순부터다.
그 때 이후 이명박 후보의 경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대운하 관련주로 거론됐던 이화공영, 특수건설, 삼호개발, 홈센타 등이 급등했고 박근혜 후보 관련주인 EG는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9월 들어 정동영 후보가 대통합신당 경선에서 선전하자 정 후보의 공약인 대륙철도 관련주인 세명전기와 미주레일, 폴켐 등이 급등했다. 하지만 손학규 후보 관련주로 꼽히면서 급등세를 탔던 IC코퍼레이션과 세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달 말부터 이회창씨의 대선 출마론이 확산하면서 관련주로 거론된 단암전자통신은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막상 출마 선언 당일인 7일에는 차익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한가로 추락했다.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대운하관련주와 대륙철도관련주 등 관련 테마주 11개 종목의 지난달 하루 평균 등락폭이 무려 15%에 이르러 2%대인 일반 종목에 비해 변동성이 무려 7배가 높았다.
대선후보의 지지율 소식에 따라 주가가 일희일비하지만 막상 해당 종목들은 후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거나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운하와 대륙철도 관련주들은 자신들의 사업이 공약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일부 후보와의 인맥설이 부각됐던 단암전자통신 등 다른 관련주들도 특정 후보와 회사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한화증권 이영곤 애널리스트는 "대선관련 특정 후보 수혜주로 거론되는 종목들 대부분이 실제 수혜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테마에 휩쓸려 투자하기 보다는 기업가치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대선은 단기 이벤트..시장 변동성 크지 않을 듯= 전문가들은 이번 대통령선거가 단기적으로 증시에 큰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증시가 대선을 전후로 큰 변동성을 나타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1997년 환란, 2002년 카드 대란 등 대선 전에 악재가 많아 주가에 영향을 미친 적이 있음에도 대선 자체가 단기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대통령 후보들에 따라 규제완화, 개발과 성장, 분배 등의 특징이 있기는 하지만 단기적으로 기업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변수는 없어 보인다. 대통령 취임 100일 이후 발표되는 정책내용이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대선으로 크게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에 증시에서 '대선효과'는 없다고 말해도 된다. 증시가 신임 대통령 취임 후 1~2년간 강세를 보인 선례로 인해 '5년 주기설'이 있기는 하지만 대선 자체는 단기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대선 전에는 누가 대통령이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대선테마주들도 얼마나 오래 지속할지도 장담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