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사회공헌자금 최하위, 임원 연봉 올 반기만 90억원
은행들 외형 커졌지만 예금 수입 적어…특별기여금 덜 걷혀
외환위기 이후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등은 정부 보증으로 채권을 발행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에게 168.4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당시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공적자금이 지원돼 금융기관의 건정성이 확보되는 등의 성과로 영업이익이 10년 전보다 상당히 개선된 상태다.
공적자금이 가장 많이 지원된 SC제일은행(당시 제일은행)의 경우 공적자금이 지원 중이던 98년에 2조2581억원의 영업손실이 있었지만,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4조5660억원에 이른다. 또 우리은행(당시 한빛은행)은 공적자금 지원 전인 98년 6960억3100만원의 영업손실이 있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1조7553억61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하나은행은 공적자금이 지원되고 있던 99년 809억4969만원의 영업이익에서 올 6월 9449억3700만원으로, 국민은행은 공적자금 지원 직후인 2001년 8456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올 6월 2조572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구 신한은행은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있던 99년에 800억63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구 조흥은행의 경우 같은 시기 756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2조68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산업은행도 캠코가 부실채권을 매입하던 2001년 6748억2800만원에서 올 상반기 1조81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밖에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자기자본비율)도 공적자금을 지원 받았던 때보다 대체로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의 경우 99년 BIS 비율이 8.67%에 불과했지만 올 6월 현재 12.56%에 이르고, 국민은행 역시 2001년 10.23%에서 현재 13.42%로 높아졌다.
한편 하나은행은 99년 12.33%에서 12.74%로, 산업은행도 2001년 16.88%에서 17.43%로 소폭 상승했지만, 공적자금이 지원됐던 당시에도 BIS 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99년 부실은행인 충청은행을 인수하면서 인수한 은행의 부실채권 매입을 위해 지원됐고, 산업은행은 대우 같은 기업이 부도가 나면서 부도 기업의 채권을 갖고 있던 은행에 부실채권을 매입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현재 11.94%비율을 기록해 구 조흥은행이 2000년 9.78%였던 것에 비해 높아졌으나, 구 신한은행은 같은 시기 12.30%를 기록해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SC제일은행의 경우도 예보가 출자로 공적자금을 지원했던 마지막 해인 2003년 BIS 비율은 13.40%인데 비해 올 6월 10.60%로 은행 건전성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자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감원에서는 10%만 넘으면 1등급을 주고 있기 때문에 공적자금을 지원했던 당시 10, 11%하다가 지금 7, 8%로 떨어졌다면 모를까, 각 은행의 그때그때 사정에 맞춰 자금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꼭 높아야만 반드시 좋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공적자금 가장 많이 받은 SC제일은행…사회공헌자금은 가장 낮아=97년 말 위기에 처한 은행에 공적자금이 지원되면서 은행의 건전성 향상과 재무구조 정상화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계획대로 공적자금이 회수되지 않아 '국민의 혈세'가 고스란히 공적자금 상환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적자금의 가장 큰 수혜자인 은행의 사회공헌자금은 상당히 저조한 반면 이들 은행들의 임직원들의 성과급은 늘어만 가고 있어 은행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많은 않다.
금융감독원이 이계경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적자금이 17조7726억원이나 지원됐던 SC제일은행은 2004년부터 올 6월까지 3년 반 동안 총 13억8100만원의 사회공헌자금을 내 공적자금이 지원된 은행(외환은행 제외) 중 가장 적었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이 가장 많이 지원돼 SC제일은행의 영업이익과 BIS비율은 크게 향상됐지만, 이에 비해 은행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무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 하다.
SC제일은행은 2005년에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제일은행 지분 100%를 소유함에 따라 완전한 외국계 은행이라 할지라도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고, 국민 세금이 사용된 은행이라는 점을 미뤄볼 때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무시하고 넘어가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내은행의 경우에도 10조원 가까이 공적자금이 지원된 신한은행(10조485억원, 조흥은행 5조5741억원)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9조7478억원)은 각각 20억1900만원, 169억7300만원의 사회공헌 자금을 내는 데 그쳤다.
한편 사회공헌 자금을 가장 많이 낸 은행은 국민은행(6조7405억원)으로 같은 시기 836억7900만원을 기부했고, 하나은행(11조9884억원)·하나금융지주가 788억1300만원, 우리은행(12조9558억원)·우리금융지주가 645억77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예보의 공적자금이 10조2500억원이나 지원된 서울보증보험(예보 지분 93.85%)의 경우도 올 1/4분기 당기순이익이 1343억6000만원이었으나 지난 3년 반 동안 2억1600만원의 저조한 사회공헌 자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 성과급은 배부르게…누구를 위한 공적자금인가= 또한 공적자금이 가장 많이 지원된 상위 6개 은행이 올 상반기 임원 연봉·성과급에 사용한 자금은 평균 40억6500만원에 이른다. 지난 한 해 평균 65억850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 반기만에 작년의 3분의 2를 채운 것이다.
금감원이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제일은행은 올 상반기 임원 연봉·성과급에 다른 은행의 두 배 가량인 90억1500만원(연봉 55억5700만원, 성과급·각종수당 34억5800만원)을 사용했다. 1인당 평균 액수도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3억21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제일은행을 제외한 상위 5개 은행의 올 상반기 임원 연봉·성과급을 보면, ▲신한은행 44억7400만원 ▲하나은행 40억7400만원 ▲국민은행 27억8200만원 ▲산업은행 25억300만원 ▲우리은행 15억4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임원 1인당 연봉·성과급이 가장 높은 곳은 9억2700만원의 국민은행으로 작년 한해 10억8100만원에 비해 반기만에 작년 치에 가까워졌다. 또한 ▲SC제일은행 3억2100만원 ▲신한은행 2억9800만원 ▲산업은행 2억2700만원 ▲우리은행 1억300만원 ▲하나은행 85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하나은행은 지난해 임원 연봉·성과급으로 125억7900만원을 사용해 가장 많았고, 이어 ▲제일은행 80억8500만원 ▲신한은행 60억7600만원 ▲우리은행 45억8700만원 ▲산업은행 44억8200만원 ▲국민은행 32억4200만원이 뒤를 이었다.
연세대학교 김정식 교수는 “공적자금이 지원된 은행 등의 금융기관들이 수익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고, 수익이 좋아진 만큼 임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주고 있다”며 “하지만 공적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해줬기 때문에 수익이 난 것이라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공적자금 상환 위한 특별기여금 20조원…제대로 걷히지도 않아= 이런 와중에 은행 등의 금융기관들이 2002년 공적자금 상환대책에 따라 내야할 특별기여금은 계획보다 약 6143억원이나 모자란 상태.
공적자금상환대책에 따르면 상환이 불가능한 69조원 중 20조원에 대해 공적자금의 수혜를 입은 금융기관이 특별기여금을 2027년까지 25년 동안 충당하기로 했다.
금융기관이 25년 동안 20조원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매년 8000억원씩 조달해야 한다는 얘기. 결국 올해까지 4조원이 충당됐어야 하지만, 3조3857억원에 불과하다. 특별기여금으로 걷힌 액수는 ▲2003년 6247억원 ▲2004년 6570억원 ▲2005년 6628억원 ▲2006년 7133억원 ▲2007년 7279억원(계획)이다.
특별기여금은 매년 예금 평균 잔액의 0.1%(최저 10만원)을 징수하도록 돼 있지만, 최근 은행들의 예금 수입이 낮아지는 추세여서 특별기여금이 제대로 충당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외형적으로 영업이익 및 BIS 비율은 나아지고 있고, 임원들의 연봉·성과급 또한 상승하는 데 반해 예금으로 인한 수입은 낮아지고 있어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적자금 특별기여금은 제대로 조달되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
은행의 수익구조가 다변화로 돼 펀드를 팔아 거둬들인 수수료 수입이나 대출상품 판매로 얻은 수익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는 점점 부르는데도 공적자금에 내놓을 돈은 점점 줄어드는 꼴이다.
이와 관련 공자위 관계자는 특별기여금 0.1%는 적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금융기관들이 기존에 예금보험공사에 예금 보장을 받기 위해 예보채와 상관없이 예금의 0.1%를 적립해왔다"며 "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0.1%를 또 내야 하므로 두 배의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