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상환대책…계획보다 약 1조9443억원 빈다
국민 부담, 미래 세대 부담만 증가 할 가능성 높아
97년 11월 21일 우리나라는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IMF의 유동성 조절자금 지원을 IMF에 요청한다는 내용을 공식발표했다.
IMF사태를 맞은 것이다. 당시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정부는 금융기관의 정상화를 위해 공적자금을 조성했다. 이후 2002년 말까지 공적자금 지원에 의한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예보는 2002년 말 이전의 부실금융기관 등에 대해서만 지원하고, 캠코는 신규로 부실채권을 인수하지 않도록 해 공적자금 회수에 충실해왔다. 그 결과 전체 회수율 성적표가 9월 말 52.9%(168조4000억원 지원, 89조1000억원 회수)에 이르게 된 것.
업종별로 보면 신용협동조합이 68.2%로 회수율이 가장 높으며, 이어 은행이 64%, 상호저축은행이 57%를 기록해 전체 회수율을 상회하고 있다. 반면 증권투신계는 43%, 종금계는 35%, 보험계는 18% 순으로 평균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관별로 보면 캠코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38조6000억원을 들여 매입(지원)한 후 41조3000억원을 회수해 2조7000억원을 더 벌었으나, 예보는 110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해 약 35.5%인 39조3000억원만을 회수해 평균보다 더 낮은 회수율을 보였다. 정부도 19조원(한국은행 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해 절반 가량인 8조6000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예보의 경우 공적자금에 지원된 액수(110조7000억원)는 상당한 반면, 회수율은 저조해 예보가 공적자금을 회수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 평균에도 못 미치는 예보 회수율…왜 저조한가= 캠코는 부실은행에 공적자금을 지원하면서 부실채권을 시가로 매입하는 방식을 이용했고, 예보는 출자, 출연, 예금대지급 등의 방식으로 금융기관을 정상화했다.
재정경제부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공적자금이 지원될 때부터 예보는 회수가 어려울 수 있는 방법으로 지원됐고, 캠코는 회수가 쉬운 방법으로 지원돼 기관간의 차이라고 보기 어렵고 공적자금에서의 역할 차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공적자금을 통한 은행의 구조조정 과정은 우선 캠코가 은행의 부실채권을 (장부가 대비 낮은)시가로 할인해서 사오게 된다. 이때 부실금융기관에서는 그만큼의 손실이 생기게 되는데, 예보는 은행의 장부상에 반영된 손실을 기준으로 BIS(8%)기준에 맞춰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면 캠코는 장부가 100에 해당하는 부실은행의 채권을 시가 50에 사고, 나중에 60에 팔면서 공적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그러나 예보는 이 은행에 출자, 출연, 자산매입 등의 방식으로 공적자금이 지원됐기 때문에 회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출자 방식으로 지원하면 해당 은행의 주식이 생기게 되는데 최근 주가 상승에 따른 수혜를 전혀 받지 못한 점도 회수금액이 저조한 원인 중 하나다.
예보 관계자는 "출자를 하고 나서 감자를 한 경우가 많다"며 "감자를 하게 돼 최종자본금이 작아졌고, 이 최종자본금을 기준으로 배당금을 받게 돼서 주가 상승에도 회수 자금이나 회수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출연의 경우도 부실 은행을 우량한 금융기관에 파산·인수(P&A)방식으로 지원하는데, 이 때 부실 은행의 손실 부분을 보전해줘야 인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분만큼의 공적자금이 들어가게 된다. 인수되고 난 후 인수되지 않은 부분의 자산을 회수하게 되는데, 워낙 부실 금융기관인 터라 회수가 어려운 점이 있다.
예보의 또 다른 관계자는 "출연의 취지는 회수가 아니고, 자산보다 부채가 많을 때 이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로 들어가게 된다"며 "충청 은행 등 파산재단으로 넘어간 5개 은행 등에서 회수한 자금도 장부가의 50%이하로 매각하는 등 회수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예보가 은행에 출자로 지원한 공적자금은 22조2039억원이지만, 출자로 회수된 자금은 절반 가량인 13조698억원에 불과하다.
출연 방식으로도 13억9090억원이 지원됐지만 고작 12.5%인 1조7443억원(출연금정산 590억원, 파산배당금 1조6853억원)만 회수됐고, 자산매입도 10조64억원이 지원됐지만, 절반도 채 못 미치는 4조7499억원만 회수됐다.
□ 공적자금으로 살려놨더니 부채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 이렇게 회수가 어렵다보니, 2002년 공적자금상환대책에 따라 정부의 출연금 49조원 중 45조7000억원이라는 자금이 예보의 부채 변제에 사용됐고, 나머지 3조3000억원은 캠코에 사용됐다. 공적자금이 지원될 때 정부가 예보와 캠코의 채권에 대한 보증을 섰기 때문.
2002년 말 예보의 총 채무규모는 82조4000억원(채권 발행자금 81조원, 차관자금 1조4000억원)으로 이중 2003년부터 올 6월말까지 65조2000억원(원금기준)을 상환했다. 현재 17조2000억원(차환발행분 포함하지 않음)의 채무가 남았다.
예보가 상환한 65조2000억원은 정부 출연금 45조7000억원과 예보 자체 상환자금 19조5000억원(금융기관 특별기여금 3조3800억원 포함)으로 조달됐다.
또한 정부의 출연금 49조원은 국채발행자금으로 국채원리금을 상환하기 위해 매년 일반회계로부터 2조원씩 출연하고, 우체국 예금·보험, 공공기금 전·입금 및 기타 보유자금 등으로 25년(2027년) 이내에 갚아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적자금의 혜택을 받은 금융기관도 손실분담의 원칙에 따라 2027년까지 매년 평 예금 평균 잔액의 0.1%를 특별기여금(최저 10만원)으로 내 20조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일반회계로부터 충당하는 정부의 출연 상환자금과 금융기관 특별기여금 모두 당초 계획보다 못 미치게 거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회계와 특별기여금을 합쳐 계산했을 때 계획보다 약 1조9443억원이나 부족한 상황.
2002년 상환대책에 따르면 일반회계로 ▲2003년 2조원 ▲2004년 2조1000억원 ▲2005년 2조3000억원 ▲2006년 2조4000억원 ▲올해 2조6000억원을 출연하기로 해 올해까지 출연돼야 할 자금은 11조4000억원이다.
하지만 실제로 ▲2003년 2조1000억원 ▲2004년 2500억원 ▲2005년 1조3000억원 ▲2006년 3조4000억원 ▲올해 6월 말 기준 3조200억원을 출연해 현재 총 10조700억원에 불과해 약 1조3300억원이 모자란 상태.
금융기관의 특별기여금도 매년 8000억원씩 거둬야 2027년까지 20조원을 충당할 수 있지만 올해까지 거두면 계획보다 약 6143억원이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공자위 관계자는 "일반회계의 경우 예산에서 나온 자금으로 기획예산처의 예산 계획에 따라 당초 금액이 달라질 수 있고, 금융기관 특별기여금도 예상했던 예금 증가율보다 실제 예금 증가율이 낮아서 계획보다 저조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공적자금의 회수와 상환은 2002년 말 스스로 계획해 (공적자금상환기금법)법까지 만들어 놓은 것인데 이것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데 심하게 말하면 국민을 굉장히 기만하는 행위다"고 비판했다.
다행히 내년 공적자금상환대책에 대한 재계산이 있을 예정이지만, 계획대로 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국민 부담, 미래 세대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이와 함께 캠코는 2002년 말 당시 14조8000억원의 부채가 예상됐고, 이 중 11조5000억원은 회수할 수 있는 자금으로 분류됐지만, 나머지 3조3000억원 만큼의 부채가 예상돼 이 자금을 정부 출연금으로 충당했다.
현재 캠코는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만 매각하면 모든 자금이 회수돼 당초 회수시기인 2017년보다 더 빨리 공적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은 89년부터 95년까지 공적자금 약 205조7500억원을 지원해 이 중 약 125조8600억원을 회수, 61.2%(96년 8월말)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는 약 369조3900억원이 지원, 약 155조300억원이 회수돼 41.97%(3월 말)의 회수율을 나타냈다.
(용어해설)공적자금상환대책= 2002년 공적자금 부채는 약 97.2조원으로 예상됐고, 이 중 28조원은 예보와 캠코가 회수할 수 있는 자금으로 분류됐지만, 나머지 69조원의 손실이 예상돼 49조원은 정부 출연금으로, 20조원은 금융기관이 부담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