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채권 매각은 회수율 '굿'…예보 출자는 '노 굿'
외환위기 이후 부실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 투입됐던 공적자금은 9월 말 현재 총 168조4000억원. 이 중 절반 가량인 86조9000억원이 은행에 지원됐다. 또 은행 중 SC제일은행(당시 제일은행)에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됐다. 무려 17조7700억원.
올해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공적자금 백서'에 따르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은 18군데(합병된 곳은 한 곳으로 처리)로 시중은행 10개, 지방은행 6개, 특수은행 2개였다.
평균 1개 은행 당 약 4조8200억원이 투입된 셈. 또 공적자금이 10조원 넘게 지원된 곳은 SC제일, 우리, 하나, 신한은행(조흥은행 포함) 등 네 곳에 달했고, 1조원이 넘게 투입된 곳도 12개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 중 우리, 하나, 국민, 신한, 한미시티 은행과 농협중앙회 등은 여러 은행들과 합병이나 계약이전을 하는 과정에서 지원액과 회수액이 합해졌다.
SC제일은행은 총 17조7726억원으로 가장 많은 공적자금이 지원됐고, 이어 ▲우리은행 12조9558억원 ▲하나은행 11조9884억원 ▲신한은행(조흥은행 5조5741억원) 10조485억원 ▲산업은행 9조7478억원 ▲국민은행 6조7405억원 순으로 공적자금이 지원됐다.
SC제일은행은 외환위기 당시 가장 큰 규모의 은행으로 기업여신이 많았을 뿐 아니라 가장 먼저 부실화돼 가장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
회수금액으로 보면 SC제일은행이 11조8800억원으로 지원액이 많은 만큼 회수금액이 많았고, 이어 ▲신한은행 8조7300억원 ▲하나은행 8조1600억원 ▲우리은행 6조4200억원 ▲국민은행 4조2400억원 ▲산업은행 3조37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 우리금융지주 지분 언제 팔 것인가= 현 시점에서 공적자금 회수에 있어 가장 큰 골칫거리는 우리금융지주이다.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회수해야 할 공적자금은 크게 서울보증보험(예보 지분 93.85%)과 우리금융지주(예보 지분 73%)로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적정인수자 자격 선정기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예보는 우리금융지주의 73% 지분 중 경영권과 관련된 50%에 대해서는 전략적 투자자에게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23%)에 대해서는 시장 여건을 감안해 조속히 블록세일로 처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당초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시한은 올 3월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처분기한을 내년 3월까지 연장했는데도 아직도 해답을 못 찾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몇 년 째 적정 인수자 자격 선정기준만 논의 중이다.
더구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우리금융지주 50%의 지분에 대한 매각시기가 폐지됐다고 알려져 언제 회수될지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진 셈.
현재 우리금융지주를 시장에 내놓게 되면 금산분리로 인해 외국회사가 인수하거나 국민연금에 인수돼 정부은행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금융지주의 적정인수자 논의는 금산분리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시장에 내놓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연세대학교 김정식 교수는 "우리은행 매각은 금산분리와 관계가 있어 지금 팔면 외국기업이 가져가거나 국민연금에 팔아야 된다"며 "매각 시기를 없앤 것은 (시한에 맞춰)너무 급하게 팔지 말아야 하는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국민연금에 파는 것은 사실상 정부은행이 된다는 것이므로 (금융기관의)도덕적 해이를 더욱 부추기게 될 수 있다"며 "금산분리를 해결하고 나서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자위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은행을 비롯해 자회사인 경남은행, 광주은행을 우리금융지주로 묶어 회수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공자위 관계자는 "서울은행은 하나은행과 합병하면서 지분을 다 팔았고, 조흥은행의 경우 신한은행에 인수되면서 조금 남아있는 부분(지분)이 있는데 팔 예정이다"며 "그 외 은행들은 파산·인수(P&A)방식의 손실보존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예보는 제일은행의 51% 지분을 뉴브릿지캐피탈에 판 후, 다시 뉴브릿지캐피탈이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에 51%지분을 되팔 때, 예보가 갖고 있던 제일은행 주식을 모두 파는 방식으로 출자금을 회수했다.
최근에는 제일은행의 자산을 조금씩 매각하는 방식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 8, 9월 공적자금 현황에 따르면 예보는 제일은행 자산을 매각해 7월 950억원, 8월 200억원, 9월 201억원을 회수했다.
□ 캠코는 13.85% 이자 얻었는데, 예보 회수율 43.9%에 불과= 은행은 전체 공적자금의 절반 가량인 86조9000억원이 지원돼 공적자금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또 공적자금이 가장 많이 지원된 만큼 55조9200억원이 회수돼 약 64%의 회수율을 보여, 평균 회수율(52.9%)을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에 공적자금을 지원한 주체인 예보, 자산관리공사(캠코), 정부 중 유일하게 캠코만이 지원액 대비 회수액이 더 많았고, 예보와 정부의 회수액은 지원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9월 말 기준 캠코가 은행에 지원한 공적자금은 24조5581억원으로 회수액 27조9614억원(6월 말)으로 3조4033억원을 더 회수했으나, 예보는 총 지원액이 46조1194억원인데 비해 회수액은 19조5640억원으로 지원액 대비 42.42%를 회수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실제로 캠코가 지원한 총 17개 은행(수출입은행 제외)중 산업은행과 수협중앙회를 제외하고 나머지 은행들은 회수액이 지원액보다 많았다. 캠코가 은행에 공적자금을 지원해 얻은 수익률을 단순 계산하면 약 13.85%.
반면 예보가 지원한 총 11개 은행 모두 회수액이 지원액 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다.
특히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우 예보가 각각 8조7300억원, 4조2000억원을 지원했지만, 회수된 자금은 2조원, 1조1000억원으로 지원자금의 약 4분의 1정도밖에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조흥은행의 경우 신한은행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예보가 신한은행으로부터 일부 자금을 (신한은행)주식으로 받아, 주식이 회수되면서 조흥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2조7100억원)보다 더 많이 회수(3조8000억원)됐다.
이와 함께 지방은행에서도 광주은행, 제주은행, 경남은행의 경우 캠코와 정부(후순위채권 매입)가 지원한 자금은 회수액이 지원액대비 상회하는 반면, 예보가 지원한 자금은 제대로 회수되지 않아 전체적으로 총 회수액이 총 지원액보다 저조했다.
이밖에 대구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의 지방은행은 예보가 지원한 자금이 없어서인지 캠코와 정부의 지원액 대비 회수액이 많아 전체 은행 중 유일하게 전체 회수액이 총 지원액을 상회했다.
한편 정부의 경우 출자로 11조8000억원을 지원한 것 중 단 16.7%인 2조원이 회수돼 저조한 회수율을 보인 반면, 후순위채권 매입으로 6조3347억원을 사용해 6조6007억원을 회수, 약 2660억원(4.19%)의 이자가 발생했다.
전체 공적자금(168조4000억원) 중 출자로 지원한 자금(63조5000억원)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출자로 회수된 자금은 지원액 대비 약 28%인 18조원(예보 16조원, 정부 2조원)에 그쳐 가장 저조한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공적자금은 ▲출자 63조5000억원 ▲출연 18조5000억원 ▲예금대지급 30조3000억원 ▲자산매입 17조4000억원 ▲부실채권매입(캠코) 38조6000억원의 방식으로 지원됐다. 이 중 회수된 자금은 ▲출자 18조원 ▲파산배당(출연·예금대 회수) 17조2000억원 ▲자산매각 12조7000억원 ▲부실채권매각 41조 3000억원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