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97년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사태를 맞았다. IMF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연명을 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기업들은 쓰러져갔고,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도 당연히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정부는 금융사들이 붕괴할 경우 국가 금융체계마저 완전히 무너진다는 위기에 따라 공적자금을 조성, 지원을 시작했다. IMF사태가 발생한지 10년, 공적자금이 지원되기 시작한 것도 10년을 맞았다.
국가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들은 금모으기 운동에 나섰고, 금융사들은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살아났다. 그러나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은 2002년 말 절반 가까이 '회수 불가능' 판정을 받아 또 다시 공적자금은 국민의 빚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공적자금 지원 10년을 맞아 은행 등 금융사들은 10년 전과 어떻게 변했고, 그들을 살리기 위해 투입됐던 자금이 왜 다시 국민의 빚으로 남아있어야 하는지 조세일보가 짚어봤다. -편집자 주-
1997년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함에 따라 아시아 통화 위기가 나타났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 기업 방만 차입경영, 무분별한 단기 외채 도입 등의 문제점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그 해 우리나라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상 최대의 경제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당시 재벌 그룹 30개 중 14개가 없어졌고, 은행 33개중 13개가 사라졌다. 또 은행원 40%가 해고당할 정도로 국가경제는 만신창이가 됐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 당 평균 부채비율은 400%를 넘어갔고, 대우 등 대기업의 연쇄 부도 등은 이들 기업에게 돈을 빌려줬던 은행 등 금융기관의 위기로 이어졌다. 따라서 한 나라 경제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 절실히 요구됐다.
그리하여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매입해주고, 자본금을 늘려주거나 부실은행을 파산·통합하기 위한 자금 마련으로 '공적자금'이 탄생하게 됐다.
공적자금은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정부 보증으로 채권을 발행해 부실 금융기관의 자본금을 늘려주고, 부실채권을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들어간 돈을 말한다. 정부 등도 일부 공공자금으로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2007년 9월 말 현재 예보, 캠코, 정부 등이 지원한 공적자금은 무려 168조4000억원에 이르며, 이 중 절반 가량인 52.9%, 89조1000억원만 회수된 상태다. 그러나 이미 2002년 말, 지원된 공적자금 중 69조원 가량이 회수되지 못할 자금으로 분류됐다.
총 69조원 중 정부는 예보와 캠코의 보증 채권을 변제하기 위해 49조원의 국채를 발행했고, 나머지 20조원에 대해서는 공적자금의 수혜를 입은 금융기관이 예금액의 일부를 사용해 상환하기로 했다.
'49조원'에 대해서는 국채원리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회계에서 매년 2조원씩 출연해 25년간(2027년까지) 갚기로 했으니, 공적자금 부채 상환의 몫은 국민 세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부실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 지원됐던 공적자금 중 약 40%가 '회수 불가능' 판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연봉·성과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결국 공적자금이 지원된 지 10년 후인 지금, 공적자금이 지원된 금융기관은 타의 부러움을 살만큼 잘 살게 됐지만, 공적자금 조성 및 상환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몫으로 남게 된 셈이다.
□ 공적자금 조성= 공적자금은 9월 말 현재 168조4000억원에 이른다. ▲채권발행 자금 102조1000억원 ▲회수자금 42조2000억원 ▲공공자금 19조8000억원 ▲기타자금(자체조달 재원 및 금융기관 차입금) 4조3000억원으로 조성됐다.
기관별로 보면 ▲예보110조7000억원 ▲캠코 38조6000억원 ▲정부 18조1000억원 ▲한국은행 9000억원의 자금이 조달됐다.
예보와 캠코의 경우 채권 발행으로 채권 원리금 상환에 대한 정부의 지급 보증 약속을 전제로 공적자금을 지원하게 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경우는 공공차관 또는 국유재산 등에서 조달한 공공자금을 투여했다.
□ 공적자금 지원=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은 ▲은행 86조9000억원 ▲종금계 22조9000억원 ▲증권·투신계 21조7000억원 ▲보험계 21조2000억원 ▲저축은행 8조5000억원 ▲신협 4조8000억원 ▲기타(캐피탈, 카드사, 해외금융기관 등) 2조4000억원이었다.
예보는 은행, 종금계, 보험계, 증권·투신계, 저축은행, 신협 등에 ▲출자 50조9000억원 ▲출연 18조5000억원 ▲예금대지급 30조3000억원 ▲자산매입 11조1000억원 ▲대출 6000억원 등의 방법으로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캠코도 은행, 종금계, 보험계, 증권·투신계, 저축은행, 기타(캐피탈, 카드사) 등의 부실채권 105조6010억원을 38조6000억원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부실채권 105조6010억원은 ▲은행 61조9600억원 ▲투신계 22조4800억원 ▲보험계 7조3500억원 ▲종금계 3조5100억원 ▲증권, 캐피탈 등 10조2700억원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은행과 증권에 출자방식으로 총 12조6500억원을 지원했고, 이 중 은행에는 11조7500억원, 증권에는 9000억원을 투입했다. 특히 은행의 후순위채권매입으로 6조3300억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원 방법상으로 보면 공적자금은 ▲금융기관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출자 63조5000억원(38%) ▲계약이전 등에 따른 출연 18조5000억원(11%) ▲금융기관의 파산에 따른 예금대지급 30조3000억원(18%) ▲부실채권의 매입 38조6000억원(23%) ▲기타 자산매입 17조4000억원(10%) 등으로 구성된다.
□ 공적자금 회수= 공적자금은 9월말 현재 89조1000억원이 회수돼 52.9%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6월말 기준 ▲은행 55조9200억원 ▲증권·투신계 9조3600억원 ▲보험계 3조8000억원 ▲종금계 8조1500억원 ▲저축은행 4조8800억원 ▲신협 3조2400억원 ▲기타(캐피탈, 카드사, 해외금융기관 등) 2조7692억원 등에서 회수됐다.
업종별 회수율을 보면 신협이 68.2%로 회수율이 가장 높으며, 이어 은행이 64%를 기록해 전체 회수율(52.9%)를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상호저축은행은 57% ▲증권·투신계는 43% ▲종금는 35% ▲보험는 18% 순으로 평균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9조1000억원의 회수자금을 기관별로 살펴보면 ▲예보 39조3000억원 ▲캠코 41조3000억원 ▲정부 등 8조6000억원을 회수했다.
예보는 39조3000억원을 ▲파산배당 17조2000억원 ▲출자금 회수 16조원 ▲자산매각 6조1000억원에서 회수했다. 또 정부는 8조6000억원을 ▲후순위채권 회수 6조6000억원 ▲출자금 회수 2조원으로 회수했다.
이와 함께 캠코는 ▲개별매각, 법원경매, 직접 회수 12조5000억원 ▲환매해제 10조3000억원 ▲대우채권 변제회수 9조4000억원 ▲ABS발행 5조1000억원 ▲AMC, CRC, CRV매각 2조5000억원 ▲국제입찰 1조6000억원 등의 방식으로 총 41조3000억원을 회수했다.
□ 공적자금 상환= 공적자금이 지원된 지 5년 후인 2002년 말 공적자금 부채가 97조2000억원에 이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 중 28조원은 다행히 예보와 캠코가 회수할 수 있는 자금으로 분류됐으나 나머지 69조원의 손실이 예상됐다.
결국 2002년 말까지 공적자금 투입에 의한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마무리에 들어갔다. 2003년 이후부터 예보는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캠코는 부실채권상환기금, 정부는 공적자금상환기금을 각각 만들어 회수·상환에 힘쓰기 시작했다.
또한 이런 공적자금의 부채를 변제하고 자금 상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02년 6월 한국금융연구원, 한국조세연구원 등과 함께 특단의 대책을 내리게 된다. 이름하여 '공적자금 상환대책'.
공적자금 상환대책에 따르면 69조원 중 49조원을 공적자금상환기금을 만들어 국채를 발행한 후 일반회계에서 매년 2조원(현재가치 기준)씩 출연해 상환하도록 했고, 나머지 20조원에 대해서는 공적자금 수혜자인 금융기관이 특별기여금(매년 예금 평균잔액의 0.1%, 최저 10만원)을 징수해 충당하기로 했다.
공적자금상환기금은 국채발행자금을 예탁 받아 작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공적자금 중 49조원을 각각 예보에 45조7000억원, 캠코에 3조3000억원을 이미 상환한 상태.
국채는 2003년 13조원, 2004년 12조원, 2005년 12조원, 2006년 12조원을 발행해 공적자금상환기금 49조원을 만들어줬다. 이제는 이 국채원리금을 상환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국채원리금 상환을 위해 매년 일반회계로부터 2조원을 출연하고 우체국 예금·보험의 출연금, 공공기금 전·입금 및 기타 보유자금, 운용수익 등으로 재원을 조달해 2027년까지 상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예보가 2002년 말 당시 상환해야 할 부채는 82조4000억원으로 이 중 16조7000억원만 회수가 가능한 자금으로 분류됐고, 나머지 자금은 정부 출연금 45조7000억원, 금융기관 특별기여금 20조원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예보는 16조7000억원에 해당하는 공적자금을 2027년까지 상환하도록 돼 있다. 상환대책에 따르면 예보는 올해부터 자체상환(특별기여금 포함)으로 5조8000억원, 2008년 12조원, 2009~2013년까지 6000억원을 회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올 6월말 1조1000억원 밖에 회수되지 않았다. 상환대책에 차질이 예상된다.
한편 예보가 회수해야 할 공적자금은 크게 서울보증보험과 우리금융지주로 나뉜다. 이들은 공적자금이 10조원 이상이 지원된 곳이라 적절한 시기에 회수금액을 높게 책정해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
아울러 2002년 말 캠코의 14조8000억원의 부채 중 11조5000억원만 회수할 수 있었고, 나머지 3조3000억원에 대해서는 정부 출연금으로 충당했다.
캠코는 현재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만 매각하면 모든 자금이 회수돼 당초 회수시기인 2017년보다 더 빨리 공적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