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내정자는 적법한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거쳐 이르면 이 달 말경, 늦어도 내달 초에는 정식으로 국세청장에 취임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 내정자의 발탁으로 인해 국세청의 비공식 법칙(?) 하나가 깨지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국세청의 비공식 법칙, 즉 '짝수 행시기수 국세청장의 법칙'입니다.
□ 행시출신 역대 청장들은 모두 '짝수 행시기수'=1966년 개청 이후 전군표 전 국세청장까지 포함해 총 15명의 국세청장이 배출됐습니다.(추경석 전 청장이 한 차례 중임) 이 가운데 이낙선, 오정근, 고재일, 김수학, 안무혁, 성용욱 전 청장 등은 군인 출신입니다. 8, 9대 청장으로 재임한 추경석 전 청장은 7급 출신입니다.
군인출신 국세청장 시대를 끊어낸 서영택 전 청장의 경우 행정고시 이전인 고등고시(1961년) 출신입니다. 결과적으로 1964년 시행된 행정고시를 통해 국세공무원으로 발탁, 청장직위까지 오른 인물은 전 전 청장을 포함해 7명입니다.
행시 출신 첫 국세청장은 임채주 전 청장이었는데 그의 행시기수는 '2회'였습니다. 임 전 청장의 뒤를 이은 이건춘, 안정남 전 청장은 행시 '10회' 동기입니다. 특히 안 전 청장의 경우 9급으로 국세청에 입사한 뒤 야간대학 등을 다니며 행시출신으로 거듭난 인물입니다.
국민의 정부 마지막 국세청장이었던 손영래 전 청장은 행시 '12회'였고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외부수혈' 형태로 국세청장에 오른 이용섭 현 건교부 장관은 행시 '14회'였습니다. 돌연 사퇴로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던 이주성 전 청장도 역시 '짝수기수(행시 16회)'였지요.
뜻하지 않은 부하직원의 '폭탄진술'로 인해 낙마의 불운을 겪은 전군표 국세청장도 행시 '20회'로 짝수기수 청장이었습니다.
□ '믿거나 말거나' 짝수기수 청장의 법칙=이 같은 징크스는 말 그대로 '믿거나 말거나', 공식화된 징크스는 아닙니다. 다만 서울 수송동 국세공무원들 사이에서 재미거리 정도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사실 외부청장 수혈론이 비등하게 제기됐을 때는 이 같은 법칙의 명맥이 유지될 가능성도 남아 있었습니다. 짝수 행시기수인 허용석 재정경제부 세제실장(행시 22회), 장태평 국가청렴위 사무처장(행시 20회) 등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짝수 행시기수 국세청장의 법칙을 보란 듯 깨뜨리고 제17대 국세청장으로 발탁된 한 내정자가 국세청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연말 대통령 선거와 함께 세정가의 또 다른 관심거리로 떠올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