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고의·악질적인 탈세행태를 반드시 근절시킬 것이라고 다짐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전국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탈세문제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세청 앞에서 보기드문 '세무조사 촉구' 촛불시위까지 있었다.
이 후보의 탈세유형은 국세청이 그토록 근절을 다짐했던 고의·악질적인 고소득자영업자의 탈세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되는 중요한 문제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정신고를 통해 스스로 탈세를 인정한 이 후보는 위장취업 한 자녀에게 월급을 준 간 큰 병원장과 수법이 똑같다.
특히 그는 한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다. 국가의 수반으로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성실납세를 선도해야 할 입장이다. 그런 사람이 탈세를 저질렀으니,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에게 성실납세를 요구할 명분이 없다.
국세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무조사는 세무조사를 없애기 위해 존재한다"거나 "탈세=범죄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성실납세의식을 확대시키겠다"고 공언을 해왔다.
국민에게 성실납세의식을 심어주는 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이 나라 최고 정치지도자도 탈세혐의가 있을 땐 예외 없이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눈으로 볼 때, 1만 번의 길거리 홍보보다 효과가 클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국세청은 웬 일인지 이 후보의 탈세제보에 대해 "법과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고수할 뿐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바다이야기 그리고 불법 대부업체, 부동산투기에 대한 일제 세무조사라든가 고소득자영업자 등 권력자가 아닌 일반인에 대한 발빠른 세무조사에 나서왔던 그 동안의 모습과 사뭇 대조적이다.
특히 위장취업한 자녀에게 월급을 줘서 세금을 줄이는 수법을 주요 탈세수법으로 정의한 국세청이 다른 고소득자영업자에 대해선 심도 있는 검증을 벌이고 있으면서 유력한 정치인에 대해선 검증을 미뤘던 것도 이번 기회에 드러났다.
이 후보가 자녀의 급여만큼 필요경비를 수정해 스스로 수정신고를 한 것은 국세청이 그동안 '대 재산가'로 알려진 이 후보에 대한 세무검증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자 또 고소득자영업자의 범위에 유력 정치인은 '성역'이었음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 사안은 수정신고를 했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대재산가인 이 후보가 챙겨보지 않은 이같은 탈세유형이 얼마나 더 있을지 국세청은 살펴 볼 의무가 있다.
사상 최초로 현직 국세청장이 구속되는 사태를 맞은 국세청은 지금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땅에 떨어진 신뢰를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도 국세청은 명백한 탈세혐의 사안에 대해 미적미적 눈치를 보고 있으니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나 보다.
과연 국세청이 '정치적 중립'을 요구할 자격이나 있는가. 지지율 1위 후보든 꼴지 후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지 간에 탈세혐의가 드러나면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이다. 그것이 또한 모든 납세자를 같은 잣대로 대우하는 '형평성'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