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국세 관련 법원 경매배당금을 횡령했거나 개인 빚을 갚았다가 나중에 메운 세무공무원들이 적발되는 등 국세청의 경매배당금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감사원이 대구지방국세청 관할 일선세무서의 '세입금 수납 및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 밝혀졌다.
감사원은 해당 세무공무원들에 대해 국세청에 파면을 요구하는 한편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이어 일선의 세입금 수납 및 관리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판단, 현재 대구지방국세청 외 다른 지방국세청으로까지 감사를 확대해 벌이고 있다. 연말 감사원의 국세청에 대한 갑작스런 감사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셈.
29일 감사원이 공개한 대구지방국세청 기관운영감사결과에 따르면 대구국세청 관할 A세무서 징세과에서 2005년 2월말부터 이듬해 9월초까지 甲씨는 체납국세와 관련된 경매배당금을 법원으로부터 받아 국고에 납입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세를 체납한 납세의무자 소유 부동산의 강제경매에 따른 법원경매배당금은 규정상 반드시 세무서 이름으로 개설된 예금계좌로 받아서 즉시 체납세액에 충당해야 하며, 사람이 직접 손으로 받아선 안된다.
또 법원으로부터 배당기일 등 경매관련 통지서가 접수됐을 땐 즉시 그 내용을 전산으로 입력하고 경매배당금을 수령한 경우에도 즉시 전산입력, 배당금 현황과 처리결과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뒤 매월 1일은 관리자가 체크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것.
그러나 甲씨는 2005년 11월 28일 법원으로부터 경매배당금 1756만원을 수표로 받은 즉시 본인 이름의 은행계좌에 입금해 횡령했으며, 같은 해 12월 7일 707만원과 이듬해 6월13일 1491만원을 같은 수법으로 횡령하는 등 3회에 걸쳐 모두 3954만원을 빼돌렸다.
상황이 이와 같은데도 甲씨의 직장상사들은 매월 1일 의무적인 점검을 하지 않는 등 업무관리·감독을 소홀, 횡령이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하기는커녕 인사이동으로 세무서를 떠날 때까지 횡령사실을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이 이 세무서의 경매배당금 수령실태를 확인한 결과 甲씨가 근무하는 동안 법원으로부터 받은 경매배당금은 모두 155건이었지만, 이 중에서 세무서 이름의 예금계좌로 입금을 받은 것은 18건에 불과할 뿐 나머지 137건은 직접 직원이 수표 등으로 받았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甲씨에 대해선 업무상횡령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국세청장에게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과장과 계장에게는 징계요구를 하는 한편 해당 세무서장에게 주의를 촉구하도록 통보했다.
상황은 대구국세청 관할 B세무서도 마찬가지. 감사원에 의해 파면요구와 함께 검찰고발까지 당한 乙씨는 2004년 3월부터 2년 동안 징세과에서 국세체납자의 압류채권추심액 및 경매배당금 수납업무를, 세원관리과로 자리를 옮겨서는 과세전적부심사 검토업무를 담당했다.
乙씨는 압류채권추심업무와 관련해선 2004년 5월 어음 577만원을 확보하고 어음결제일인 7월 자기앞 수표로 교환, 체납세액에 충당하기는커녕 자신의 빚을 갚는데 썼다가 한달 뒤 357만원만 국고에 갚고 나머지는 감사원 감사를 받고 나서야 채워 넣었다.
그는 맡은 업무마다 흔적을 남겼다. 2004년 9월엔 법원으로부터 받은 경매배당금 724만원을 자기 빚을 갚는데 썼다가 6개월 만인 이듬해 3월 국고에 납입했고, 세원관리과에선 과세전적부심과 관련 일을 잘 해결해 주는 대가로 한 건설회사로부터 220만원을 받아 챙겼다.
甲씨와 乙씨에 비해 C세무서의 丙씨는 개인적으로 횡령한 돈은 없지만, 이상한 돈들이 예금통장에서 발견돼 파면과 함께 검찰에 고발된 케이스.
감사원에 따르면 丙씨는 2003년 2월부터 2년 동안 C세무서의 징세과에서 국세체납자 소유 부동산을 강제 경매함에 따라 발생하는 경매배당금을 받아 국고에 납입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2003년 8월 경매배당금 403만원을 법원으로부터 세무서 계좌대신 자기앞수표로 받아 아버지 빚을 갚는데 사용하고, 그로부터 1년3개월이 지나서야 국고에 납입했다. 그는 배당금처리복명서 배당금액란에는 '0원'으로 꾸미고 태연히 결재도 받았다.
그는 이듬해 3월에도 법원 경매배당금 1786만원을 같은 수법으로 대출금 상환에 사용한 뒤 8개월만에 국고로 돌렸으며, 또 같은 해 10월에도 법원 경매배당금 194만원을 받아 개인적 용도로 쓴 뒤 한달 후 메웠다.
감사원은 "丙씨는 여러 은행계좌에서 출처를 알 수 없고 범죄혐의가 의심스러운 돈이 500만원씩 입금돼 있는 등, 2003년 2월부터 2006년 7월까지 3개 계좌에 13차례에 걸쳐 범죄혐의가 의심스러운 돈 9758만원이 입금된 사실이 있다"며 丙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