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합격수기] 박권진 씨-순천세무서 납세자보호실

먼저 합격후기를 쓸 만큼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부끄러움이 앞선다. 지난 1년 간의 수험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세무사시험에 대해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저하고 계신 잠재적 수험생과 현재 책장을 넘기고 계신 수험생에 조그마한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다소나마 도움

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의 수험생활에 대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청춘시절을 고민과 번민 속에 일상생활을 보내면서 가슴속 깊이 간직한 채 묻어두었던 것을 "나이 마흔에 자신의 얼굴에 대하여 책임을 져라"는 말처럼 자신을 실험해 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 올랐다.
 
2000년도에 국세청 부기 1급 자격을 획득한 이후 책이라고는 소설책 몇 권 읽어본 기억밖에 없다. 이렇게 책과 멀리한 생활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문화 속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는 세월 속에 무덤 하게 자신을 맡겼고 젊은 시절의 청춘의 꿈은 점점 희미한 기억 속에 묻혔으며 나에게 다가온 것은 아무것도 없이 공허한 마음과 아쉬움뿐이었다.
 
그동안 광주청에 근무하면서 개인적인 시간보다는 조직의 일을 우선시 해 주요 자리에서 중요한 업무를 배웠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삶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또 승진을 앞두고는 근무평정 등에 신경 써야 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승진으로 인해 광주시외 세무서로 전출할 당시 법인에 근무한 직원은 재산·법인·조사분야에 근무할 수 없다는 인사기준으로 인하여 순천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실에 근무하게 됐다. 순천세무서로 발령 받자 인생에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수험생활]

외부에서 보면 한가해 보이지만 사무실이 민원실 옆에 위치해  내방 납세자가 많았고 사업자등록증 교부업무 등으로 점심시간은 2교대로 식사를 해야했다. 또 근무시간에는 항상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기에 차 한잔 여유 있게 마실 수 없는 상당히 근무강도가 강한 부서였다.
 
바쁜 가운데도 작년 6월 동료직원과 과장님·실장님의 배려로 회계학고급연구과정의 교육을 수강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사전에 교육준비 없이 무턱대고 신청하여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의 무지에 놀랐고 세무사시험 1개월 전 수업이라 강의진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대부분 세무사시험 공부를 하고 계신 직원들이라 관련 정보인 공부방법, 주요 교재, 시험 보는 요령 등에 대하여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4주간의 교육이 매우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세무사시험을 위한 준비수업으로서 충분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
 
교육을 마치고 모든 것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실력이 부족했고 너무나 지엽적으로 알고 있어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했다. 회계학 실력은 시간이 흘러 까맣게 잊어버려 아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목표를 시험보기 전까지 1주일 동안 전과목을 1회독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하여 4-3-2-1계획을 세웠다.
 
즉, 1회독의 개월 수로 총 10개월에 4회독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당초 계획이 무리였는지 처음 4개월에 1회독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중급회계와 고급회계만 알든 모르든 1회독 하는데 2개월이 넘게 걸렸으며 원가관리회계는 1개월이 훨씬 넘게 걸려 4개월 동안 회계학(재무, 원가)과 세법개론을 정독하지 않은데도 진도가 당초 계획보다 훨씬 못 미쳐 세법학과 세무회계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회계 및 세법마인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큰 오산이었다. 이론을 알고 내 것으로 만들어 문제를 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었고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4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리자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주위에 합격하신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당초 구상했던 4-3-2-1 계획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로 했다.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험보기 전까지는 꼭 할 수 있다고 믿고 다시 중급회계와 원가관리 세법개론의 사이버강의를 듣기로 하고 중급회계(박호근), 원가관리(임세진), 세법개론(강경태)의 강의를 수강했다. 스스로 1회독 공부를 한 후라 전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강의를 따라가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강의에 맞춰 복습을 해야 하지만 진도 나가기 바빠 복습은 엄두도 못 내었다. 강의 듣다가 졸고 이해되지 않은 부분은 이해되지 않은 대로 그대로 진도를 나가야 했다.
 
사이버강의를 수강한 후 다시 복습단계에 들어가자 처음보다는 진도도 훨씬 빨라지고 아는 것도 조금씩 많아지는 것 같아 4시간 공부해도 1시간 공부한 것처럼 느껴져 공부에 스스로 전념할 수 있는 집중력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기본서 공부에서 실전 응용문제와 병행하여 푸는 시점에 고비가 오는 것 같았다. 시간은 없고 진도는 나가지 않고 초조함과 답답함이 생기지만 이를 극복하고 이론서와 문제집을 병행하여 끝까지 풀어 보았다. 그리고 문제집만 다시 한번 풀어 보았는데 학습 효과는 예상보다 크게 나타난 것 같았다.
 
세무회계, 회계학을 문제까지 풀고 나자 세법학이 걱정이었다.

장보원의 세법학 1, 2부의 사이버강의와 200선을 중심으로 4월 한달 간 집중적으로 듣고 쓰고 했다. 단순한 암기는 기억에 남지 않기 때문에 이해 위주로 하려고 했지만 세법학 2부는 암기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종이에 글로써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암기를 하지 않고는 쓸 수 없었다. 암기는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고 금방 싫증이 날 우려가 있고 잠도 물리칠 겸 책을 가지고 대학캠퍼스 나무 그늘이나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지루하지 않게 공부했다.
 
이런 노력의 세월이 하루하루 쌓여 당초 계획했던 대로 전체과목에 대한 1회독과 미진한 부분을 정리할 수 있도록 시험보기 2주전에 10일정도의 연가를 내어 마지막 정리를 하였다.

[맺음말]

뜻하지 않게 시험에 합격했지만 세무사시험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다만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계획대로 하루하루 실천해 갈 때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수험기간이지만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정리해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촌음(寸陰)을 아껴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면 어느덧 끝 페이지가 나올 것이다.
 
급하다고 답을 보지말고 자기 나름대로 풀리지 않은 부분과 이해되지 않은 부분 그리고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합격하리라 굳게 믿는다.

마지막으로 저를 위해 애써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 드리고 싶다. 특히 제 가족과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계신 장재출 과장님, 김성호 실장님, 영춘이 형, 김영자 조사관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주신 윤학술 강진지서장님, 윤경도 세무사님, 그리고 저를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