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세무사로서 자격 없어, 관련법 개정할 것"
세무사가 본인의 수입금액을 누락하고 비용을 과다계상하는 등 탈세를 저지른 데 대해 정부가 징계조치를 내린 것은 잘못된 처분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또 나왔다.
세무사 탈세에 대한 징계소송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로 모두 정부가 패소했다. 이와 관련 정부에서는 납세자의 세무대리업무를 해주는 세무사가 탈세를 자행한 것은 세무사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관련 법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의환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본인의 수입금액 누락 등 장부조작으로 징계를 받은 임 모 세무사가 재정경제부 장관을 상대로 낸 과태료부과처분취소소송(2007구합32969)에서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라"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에 따르면 경기 수원에서 세무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임 모 세무사는 지난 1월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납세자로부터 받은 신고대리 수수료 675만2000원을 누락하고 차량유지비 및 소모품비 2009만6000원을 과다계상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세무사징계위원회(위원장 : 허용석 재정경제부 세제실장)는 지난 5월 "세무사 직무수행에 있어 수입금액누락과 비용과다계상 등으로 세무사법 제12조(성실의무)를 위반했다"며 과태료 10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임 세무사는 "본인의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행위는 세무사의 직무 내의 행위가 아니므로 소득의 합산신고를 누락하거나 비용 과다계상을 이유로 세무사법에서 정하는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세무사의 직무는 납세자 위임에 의해 주로 납세자를 대리해 행하는 업무"라며 "원고가 자신의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것은 대리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조세에 관한 업무를 직접 수행한 것이어서 직무에 관한 업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종합소득세 신고는 일반인도 세무사에 위임하지 않고서 스스로 할 수 있다"며 "원고가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비용을 과다계상하거나 일부 소득의 합산신고를 누락한 것은 세무사 직무수행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징계처분은 위법하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세무사의 탈세는 세무대리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행위이며, 세무대리 과정에서 나온 수입금액 및 비용부분은 분명 직무와도 연관성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잇따른 법원의 정부 패소 판결에 곤혹스럽다는 입장.
재경부 관계자는 "이제 세무사징계위원회에서는 세무사의 수입금액 누락 및 비용과다계상에 대한 징계가 어려워졌다"며 "우선 세무사의 징계와 관련한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지난 7월과 8월 세무사 본인의 수입금액 누락·비용과다계상으로 징계를 받은 박 모 세무사와 장 모 세무사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세무사 직무와 연관이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