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등 일부 '감세' 색채
균형발전 법인세 감면, 중장기 조세개혁은 끝내 무산
참여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의 조세정책은 지난 5년간 유지해 온 큰 틀을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키는 세제'로 한 해를 마감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류세와 부동산 세제 등에 대해 끊임없이 요구되는 세금 감면요구에도 정부는 확고한 '불가' 입장을 고수한 반면, 지난 10여년간 변치 않았던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전격적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서민 중심의 일부 감세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강조해 온 '국가 균형발전'의 마침표로 꼽히던 지방기업 법인세 차등 감면정책이 국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지난해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차일피일 미루던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은 끝내 빛을 보지 못하고 차기 정권으로 바통을 넘겼다. 결과적으로 임기 말에 큰 무리수를 두지 않고 그동안의 제도를 마무리하는데 중점을 둔 '지키기' 정책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뒷심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 고유가 속 유류세 인하 논란‥정부, 일단 '선방'했으나= 올해 국제유가가 급등 추세를 보이면서 국내유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내 유류가격의 절반이 넘는 세금 비중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유가 급등과 맞물려 유류세 인하요구로 이어진 것.
그러나 세제 관련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에서는 유류세를 절대 인하할 수 없다며, 끝까지 버텼다. 국제유가가 올라간다고 해서 세금을 내리는 사례는 외국에도 찾아볼 수 없으며, 유류세 인하를 통한 세수감소가 큰 반면 그 효과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재경부는 지난 7월 휘발유가 경유 등 수입 석유제품에 대한 할당관세를 적용, 관세율을 일시적으로 낮춰 국내 유류가격을 낮춘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워낙 석유제품의 수입량과 시장 점유율(0.8%)이 미미한 수준이어서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어 11월에는 등유와 LPG프로판 등 난방용 유류에 대한 세율을 낮추는 등 서민 중심의 맞춤형 고유가 대책을 내놨지만, 이 조차도 3개월만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정작 핵심사안인 휘발유와 경유 등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이 가중됐다.
이와 관련 유력 대선 후보자들은 일제히 서민 유류부담 경감을 위한 유류세 인하 공약을 내놓고 있어, 내년 이후 정부의 유류세 관련 정책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종부세·양도세 강화, 부동산 세제 역시 '굳건'= 올해부터 모든 부동산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실거래가 기준으로 과세되고, 1세대 1주택 양도시에는 50%의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등 부동산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한층 강화됐다.
지난 2005년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도 매년 과표적용률이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여파로 인해 올해 대상자수와 세수가 급증했다.
재경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대상자수는 총 48만6000세대로 도입 당시에 비해 7배 가량 폭증했으며, 관련 세수도 4413억원에서 2조2947억원으로 2년새 5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로 인해 양도세와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에 대해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부에서는 임기 내에 부동산 세제를 절대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시점에서 일부 불안 우려가 남아있는 만큼, 투기억제와 시장안정을 위해서는 기존에 만들어 놓은 제도를 일관성 있게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켰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급등 추세에 비해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여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와 함께, 세제강화로 인해 부동산 관련 세수를 너무 많이 거뒀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았다.
□ 소득세 과표구간 손질, 공제확대‥서민용 '감세' 추진= 재경부는 올해 8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지난 1996년부터 12년간 유지돼 온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에 과감한 손질을 단행키로 했다.
그동안 상승한 물가인상분을 감안해 내년부터 소득세 과표구간을 각 구간별로 10~20%씩 상향조정한다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향후 5년간 1조1000억원의 세수감소가 예상되지만, 중산·서민층에 대한 세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아울러 근로자의 연말정산에서만 적용되던 의료비와 교육비 공제를 성실 자영업자에 대해 허용하고,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출산·입양 소득공제제도를 신설하는 등 감세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재경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으로 인해 총 3조5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정부가 이전의 세수 중립적 세제개편안과 달리 별다른 증세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대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은 경기회복과 세원의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개선되고 있는 세수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라며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정부가 매년 해오던 세제개편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어찌됐든 세금을 내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정부가 낡은 소득세 과표구간을 손질하는 등 전면적인 세부담 경감방안을 내놨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 지방기업 법인세 차등감면, 중장기 조세개혁 '뒷심 부족'= 2007년에는 참여정부가 임기 내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국가균형발전과 조세개혁에 대한 마무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뒷심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직속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올해 7월 발표한 '2단계 국가균형발전 종합계획'의 핵심 내용이었던 지방기업 법인세 차등 감면정책은 국회의 반대로 인해 무산됐다.
수도권 지역기업에 주고 있던 혜택을 빼앗아 지방기업에 나눠준다는 맹점으로 인해 수도권 국회의원들의 집중 반대가 이뤄졌기 때문.
결국 법인세 차등감면 방안이 무산되면서 참여정부의 중점 추진정책이었던 국가균형발전의 마침표를 제대로 찍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이와 함께 참여정부 조세분야의 가장 큰 화두로 꼽히던 '중장기 조세개혁방안' 역시 임기 내에 빛을 보지 못하고, 다음 정권으로 책임과 권한을 넘기게 됐다.
정부는 지난 2005년 3월 대통령 직속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재경부 내에 별도의 중장기조세개혁실무기획단(후에 조세기획심의관실로 편입)까지 설치하며 공을 들였지만, 끝내 발표하지 못했다.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에는 각종 '증세' 방안을 비롯해 조세체계의 선진화방안이 대거 담겨있었으나,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이해가 결합되면서 발표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무산된 것.
재경부의 고위 책임자들은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의 잇따른 연기로 인해 '양치기 소년'으로 체면을 구겼고, 그나마도 다음 정권으로 넘겨버리면서 사실상 좌초, 애꿎은 혈세와 인력만 낭비한 꼴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