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생인 정 부회장은 내년 1월1일 회장으로 공식취임하면 2003년 1월 그룹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5년만에 만 35세의 나이로 그룹의 수장이 된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1981년 29세에 그룹 회장을 맡았고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999년 37세에 회장직을 물려받는 등 20-30대 젊은 회장이 몇차례 나온 적은 있다.
그러나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대기업 오너일가의 2-3세 중에서 그룹 최고 지위에 오른 사례는 정 부회장이 유일하다.
비슷한 연배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39)이나 삼성전자 이재용(39) 전무, 기아자동차 정의선(37) 사장 등에 비해서도 파격적으로 빠른 승진이다.
정 부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2001년 현대백화점 기획실장 이사로 입사한 뒤 기획관리담당 부사장을 거쳐 2003년 1월부터 부회장직을 맡아왔다.
현대백화점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정 부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정몽근 명예회장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주식을 증여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돼 2004년 말 정 부회장이 지분 15.72%로 최대주주로 부상하면서 기반을 다졌다.
정 부회장은 또한 작년 12월 정몽근 전 회장이 명예회장직에 오르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사실상의 회장으로서 그룹을 이끌며 '정지선 체제' 굳히기에 들어갔다.
현대백화점은 정 부회장이 그동안 사실상 회장 역할을 수행해 온 만큼 큰 경영상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한 경청호 백화점 사장에게 그룹의 실무를 맡기고 정 부회장은 그룹 경영상 중요한 정책적 사안을 결정할 때에만 관여하는 등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에서 드물게 젊은 회장이 탄생한 만큼 그동안 발빠르게 사업을 확장해온 롯데나 신세계 등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신규사업과 신규 점포 확보를 통해 새 성장동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으며 일산과 아산, 청주 등지에 백화점과 할인점, 쇼핑몰을 순차적으로 오픈, 현재 11개인 백화점 점포망을 2011년까지 15-17개로 늘릴 계획을 천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회사 경영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해 그동안 공석이었던 회장직을 정 부회장이 이어받게 된 것일 뿐으로 경영구도상에 큰 변화는 없으며 본격적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가동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