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시 즉시 시행가능…국회 동의 얻어야
세목 통폐합‥조세개혁 발판 여부 관심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이 당선자가 내놓은 주요 조세분야 공약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당선자는 참여정부에서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 온 유류세와 부동산 관련 세제 등을 전격 인하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이 부분에 대한 손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업 경영인 출신답게 법인세율을 낮춰 기업들의 조세 관련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한편, 국세와 지방세의 중복된 부분을 통폐합해 현행 30개 세목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전면적인 조세체계를 바꾸는 방안도 인수위 차원에서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류세와 관련해서는 서민부담을 줄이기 위해 10% 수준의 세율인하방안을 공약으로 내놨던 이 당선자측은 내년 중으로 관련 세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며, 법안이 통과될 경우 즉시 시행이 가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의 경우에는 우선 현재의 부동산 시장불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내년 중으로 완화방안을 내놓더라도 구체적인 시행시기는 2009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목을 절반으로 축소하는 방안은 조세체계 전반을 뒤흔드는 방대한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당선자가 추구하는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할 경우 대규모 조세개혁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유류세율 인하, 법 개정시 내년 즉시 시행 가능= 이 당선자는 선거운동 당시부터 줄곧 유류세율을 내려 서민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이 당선자가 대통령선거 직전에 발표한 서민 세부담 경감방안에 따르면 서민생활 보호를 위해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교통세와 등유 특별소비세를 전체적으로 10% 인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울러 택시와 장애인용 차량에 쓰는 LPG와 취사용·난방용 LPG, 도시가스의 특소세도 모두 폐지한다는 공약도 발표됐다. 이러한 유류세 인하방안을 통해 총 2조9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이 당선자측은 내다보고 있다.
유류세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의원입법 또는 정부입법 방식으로 국회에 관련 세법 개정안을 제출하거나,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교통세법 및 특별소비세법 개정안(박재완 한나라당 의원 대표발의) 등에 대한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
아니면 정부가 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10% 정도의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 당선자측에서는 여러 공약 중 유류세 인하를 당장 실행가능한 것으로 분류하고 있어 시행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세수 손실이 큰 정책이기 때문에 다양한 에너지 절약정책과 유사석유 단속 강화 등 세수 부족분에 대한 정책적 노력과 정유사의 유통구조 개선 등의 방안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부동산 세제 완화‥된다고 해도 빨라야 2009년 가능=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이 당선자는 당초 장기보유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하고, 특히 양도세의 경우에는 부동산을 장기 보유할수록 누진적으로 인하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종부세와 관련해서는 실수요 목적의 1주택자에 대해 세부담이 과중해지는 문제점을 정책적으로 배려한다는 취지에서 장기보유 1주택자에 한해 세액감면 또는 과표적용률 동결 등의 특례조치를 취하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고가의 1주택 소유자와 저가의 다주택 소유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보유주택 기준이 아닌 금액 기준으로 현행 6억원(주택분)인 종부세 과세기준을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검토대상에 포함돼 있는 것을 전해졌다.
아울러 일정소득 미만의 노령자에 대한 납부유예 조치나 종부세 분납대상 및 기간을 늘려주는 등 다양한 세부담 경감방안이 검토 대상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방안들은 모두 세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며, 내년 중으로 입법이 완료되더라도 그 시행 시기는 2009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법인세율 25%→20% 인하‥"경제활성화 이뤄낼까?"= 기업의 세부담 경감을 위한 법인세 인하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과표구간(1억원)은 지난 1991년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당시에는 34%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적용됐으나, 94년 32%, 95년 30%, 96년 28%, 2002년 27%, 2005년 25% 등으로 인하돼 왔다.
이 당선자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의 세부담을 줄여준다는 방침 아래,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20%로 5%P 인하하고, 낮은 단계의 세율은 '1억 이하 13%'에서 '2억 이하 10%'로 조정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중소기업의 최저한세율도 10%에서 8%로 내리는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전반에 걸친 세부담 경감방안이 제시됐다.
이를 위해 약 7조원 가량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이 당선자 측은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축소 및 세원양성화 추진 등 과세기반 확대정책과 함께, 경기활성화를 통한 장기적 '세수증대효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과거 미국, 아일랜드, 싱가포르, 홍콩 등 법인세율을 낮춰 경제활성화를 이뤄낸 사례가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도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학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온 바 있다.
일각에서는 법인세율 인하시 세수감소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지난 2002년과 2005년 법인세율을 내린 이후에도 법인세수가 별다른 감소추세를 보이지 않은 바 있어 그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세목 통폐합, '조세개혁 수준' 대변화 예상= 현재 국세와 지방세를 합쳐 30개 세목으로 운영되는 조세체계를 통폐합해 절반 수준인 15개로 줄인다는 내용의 조세개혁방안도 이번 인수위 차원에서 추진될 주요 쟁점 사안으로 꼽힌다.
그동안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의 세제가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등 부가세(Sur-tax) 형태의 목적세가 많기 때문에 외국에 비해 세목이 많고 납세자 입장에서도 복잡하게 다가온다는 문제를 지적해 왔다.
이 당선자가 내놓은 조세체계 정비방안은 단지 세목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국세와 지방세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조세개혁' 수준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세를 지방세와 통폐합하는 것은 취지가 좋고 시행이 필요한 문제지만 현실적으로는 세제 전체를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에 굉장한 작업이 될 것"이라며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 및 지자체간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당선자 측 관계자는 "세목 통폐합 부분은 어려운 부분이지만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제간소화와 세부담 경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며 "인수위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