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대한 (국세청의)정기세무조사 대폭 감축하라" 지난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세청에 내린 '정기세무조사'를 감축 '특명'이 논란이 될 조짐이다.
정기세무조사 비율을 둘러싼 논란은 그 동안 학계를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치열했던 사안이다.
일단 외견상 인수위원회가 제시한 정기세무조사 감축의 범위는 법인(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건수 축소를 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정기세무조사는 법인 중심으로 4∼5년 주기로 이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친(親)기업적 환경 조성'을 통해 경제활성화 유도를 원칙으로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기업경영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히는 세무조사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제시된 정기세무조사 감축의 세부적 범위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선까지인지 불분명하다. '성실납세 기업'이라는 추상적 범위가 제시되기는 했지만 확실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현재로서는 '성실납세 기업'에 대한 판단도 어디까지나 세무조사 시행 주체인 국세청이 주도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대기업 납세성실도 판단에 대한 근거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인수위 '입맛'에 맞는 감축방안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논란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세무조사 감축에 따른 효과에 대해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업활동 지원을 위한 세무조사 감축'의 측면을 뛰어 넘는 논란이 야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세무조사 감축, '약(藥)'일까 '독(毒)'일까
국세청 세무조사는 기본적으로 ▲정기조사 ▲심층조사로 나뉜다. 정기조사는 기업을 대상으로 통상 4∼5년 주기로 실시된다. 심층조사는 명백한 탈세혐의가 포착됐을 경우 착수하는 것으로 비정기적이다.
감축대상으로 거론된 것은 정기조사. 국세청은 전년도 정기조사 분에 기준, 조사건수 자체를 줄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괄적인 감축이 아닌 '조건부 감축'으로 성실납세 기업에 대해서 줄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에도 국세청은 지속적으로 세무조사 건수를 줄여 왔다. 특히 중소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건수만 줄여 왔다. 2006년의 경우 대·중·소법인을 포함 총 6343개 법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정기+심층), 전년도 대비 13.5%를 줄였다.
국세청은 일단 이 같은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도 대비해 세무조사 건수를 줄여 기업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이 같은 국세청의 방침에 대해 인수위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세무조사 양적인 축소에 대한 찬·반 양론이 분명하게 갈리고 있다. 기업부담 축소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입장과 함께 기업의 성실납세를 담보하는 '최후의 수단'인 세무조사를 현재 수준보다 더욱 줄일 경우 자칫 기업의 '탈세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지금도 현저히 낮은 '세무조사 비율'
좀 더 범위를 넓혀보면 인수위원회의 세무조사 감축 요구는 현재의 '세무조사비율'이 낮아지는 문제와 일맥상통한다. 세무조사를 줄이면 세무조사비율도 자연스럽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 경제전문가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외국에 비해 낮은 우리나라의 세무조사비율로 인해 '탈세문화'와 '지하경제'가 살을 찌우고 있는 형편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세무조사비율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한 조세전문가는 "무조건 세무조사를 줄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세무조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탈세를 막고 탈세유인을 차단해야 한다. 무조건 기업들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세무조사를 줄인다는 것은 포퓰리즘 정책논리"라고 지적했다.
다른 조세전문가도 "국세청이 한번 정기세무조사를 나가면 수십억, 수백억 심지어 수천억대까지 추징액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세무조사를 줄인다는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자칫 우리기업들의 투명경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세전문가는 "세무조사 축소가 기업 투자 활성화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탈세유인'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정치세무조사 등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무조사를 줄이는 것이 맞지만 기업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세무조사를 줄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5년 기준으로 개인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비율은 0.18%, 법인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비율은 1.86%다. 일본(개인 0.23%, 법인 4.94%)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나 미국(개인 0.19%, 법인 0.60%)보다는 높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업경영 환경 투명성 분야 및 납세의식 성숙도 분야에서 월등한 미국의 경우와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조사건수를 줄이고 친기업적으로 나가는 것은 맞지만 갑자기 조사건수를 줄여 나간다면 기업투명성이 저조한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탈세가 만연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조사건수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강도를 낮추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 조세전문가는 "우리나라 국민의 조세인식은 일본, 미국 등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전제한 뒤 "탈세를 하더라도 돈만 있으면 해결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만큼 이런 상황을 타개하지 않은 채 맹목적인 조사건수 축소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 성실납세 '담보물'…국세청 세무조사
국세청 세무조사는 '성실납세 담보물' 중 하나다. 세무조사 건수를 줄이면 그만큼 세무조사에 대한 위험부담이 줄어들고 이렇게 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려는 심리가 퍼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
결과적으로 일정비율 이상을 지속적으로 실시, 납세자들에게 '탈세심리'가 생겨날 여지를 어느 정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도 "너무 적은 세무조사는 (기업 등의)성실납세를 유도하기 어렵게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1, 2년 동안 문제가 된 바 있는 '엔화스왑예금 논란'의 경우처럼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는 경제상황에서 세무조사 마저 축소된다면 기업들이 개발해 내는 각종 탈세루트(?)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등 시장의 거래 투명성을 담보하는 제도들의 정착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세무조사를 줄여 기업부담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시장투명성이 낮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의 세무조사비율도 낮은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이를 높일 필요가 있음에도 단순히 경제활성화의 도구로 세무조사 축소를 활용하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다른 조세전문가도 "작은 기업의 경우 세무조사를 줄이더라도 소득이 국내에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세수확보가 가능하지만 큰 기업들의 경우는 국제거래가 많기 때문에 자주 세무조사를 하지 않으면 소득이 해외로 빠져 나가버려 세금부담 없이 소득이 해외로 누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오히려 국제적인 추세는 큰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 빈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