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경제점검회의를 열어 20개 정부부처 명의의 '2008년 경제운용방향'을 대대적으로 알린 가운데, 거창한 방향발표와는 달리 정작 경제점검회의에선 맥빠진 상황이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상황은 오후 3시로 예정된 회의시작 전부터 연출됐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정치권과 인수위의 1세대1주택 양도소득세를 조기인하 움직임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수위 때 논의되지 않았다. 새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권 부총리는 "유류세는 새 정부 출범 전에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그것도 인수위 보고 때 논의되지 않았다"며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금산분리 규제완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은 "그 문제에 대해 코멘트 하지 않겠다"는 대답은 미묘한 시점에 비춰 그래도 나았다.
3시 정각 회의시작에 맞춰 나타난 노무현 대통령의 한 마디는 이날 경제점검회의를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말았다. 왜 회의를 소집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
노 대통령은 착석하자마자 "우리가 올해 경제운용방향 얘기해 봤자 말짱 헛방 아니에요"라고 말문을 열었기 때문. 이후에 이뤄진 대화는 오늘 왜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했는지 의심이 가기에 충분했다.
다음은 이날 청와대 경제점검회의에서 이뤄진 대화내용.
3시 회의시작
-노무현 대통령 입장, 참석하자마자
▲노 대통령: 우리가 올해 경제운용방향 얘기해봤자 말짱 헛방 아니에요?
=권오규 경제부총리: 경제전망은...
▲노 대통령: 전망은 내가 들으면 뭐합니까?
=권오규 경제부총리: 대외여건에서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리해 보는 의미도 있고요.
▲노 대통령: 안 하려니까 사보타지 하는 것 같고, 안 하려니까 게으름을 부리는 것 같고, 하려니까 계속 정책을 안 할 사람이 보고 받으려니까 좀 이상하고 그래요. 공부나 합시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2008년도 경제전망 및 경제운용방향에 대해서 보고 하도록 하겠습니다.<이후 회의 비공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