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세수초과액 활용‥'감세카드' 꺼내들지 관심
국세청이 지난해 '세수대박'을 이끌어 냈다. 당초 국세청 소관 세입예산에 비해 무려 13조7000억원을 초과했다. 불과 2, 3년전 세수부족 현상으로 인해 전전긍긍했던 정부는 그 때와는 확연한 차이가 나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10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153조1000억원의 세금을 징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확실한 세수집계가 마무리 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지난해 잡았던 세입예산(국세청 소관)은 139조4000억원. 세입예산에 비해 13조7000억원을 더 거둔 셈이다. 한상률 국세청장도 지난 9일 국세동우회에 참석, "13조7000억원의 세수를 초과징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상 유례 없는 세수호황은 이미 예견됐었다. 국세청은 상반기 세수집계 결과 11조원 정도가 초과징수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연말 잠정 집계결과 당초 예상보다도 2조원의 세수를 추가로 징수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 사상 초유의 '세수호황', 원동력은?=이 같은 사상 초유의 세수호황의 배경으로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 전체 세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3대 기간세목의 호황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전년도인 2006년에 비해 경상성장률이 4.6%증가하고 민간소비지출 증가율도 6.4%늘어나 세수호황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 게다가 현금영수증 사용액 증가(50조원 돌파 예상)등으로 세원이 투명해져 세수가 더 걷혔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도 괄목할 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3월 법인세 신고결과 자진납부 실적이 직전년도에 비해 1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법인세의 경우 당초 잡혀있던 세입예산(30조4000억원)에 비해 4∼5조원이 더 징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세의 경우에도 상반기에만 세입예산액(32조7000억원)의 절반을 훨씬 넘는 20조원 이상이 징수, 전체적인 세수대박에 일조했다. 이와 함께 세수 1위 세목인 부가가치세도 당초 잡았던 세입예산 41조1000억원에 비해 큰 폭의 증가세를 실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 '따끔한(?) 세정'의 효과?=사상 초유의 세수호황의 배경에는 비록 작은 부분이지만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통한 거액의 세금추징도 한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은 지난해 국민은행, 대주건설 등 대형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었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무려 4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 당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추징액 전액을 납부한 상태이며 국세심판원에 과세불복을 제기해 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대주건설에 대해서도 심층세무조사를 실시 500억원 가량의 세금을 추징하는 성과(?)를 올렸다. 대주건설은 이 같은 거액의 추징액을 분납형식으로 납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세금추징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무려 1조원이 넘는 초거액 세금을 추징해 놓은 상태이다.
국세청은 따뜻한 세정으로 인해 납세자들의 자납세수가 늘어나 세수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는 입장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기업 등에 대한 '추상같은 세정'도 세수대박을 전면에서 이끈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 새정부 '감세카드' 활용폭 넓어지나=당초 정부는 초과징수되는 세수를 '나라 빚' 갚는데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세수증가의 원인이 일시적인 측면이 있고 현재의 재정여건을 감안하면 대규모 감세가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은 어디까지나 '대선 전' 정부의 입장에 불과하다. 현재 출범을 준비 중인 새정부는 '감세정책'이 모토다. 다만 아직까지는 감세와 관련한 뚜렷한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13조7000억원의 세수가 추가로 징수됨에 따라 새정부의 감세카드 활용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새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유류세 인하를 감행해도 남아도는 세수만 가지고도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을 정도라는 분석.
아울러 양도세 인하, 종부세 완화 등 국지적인 감세정책을 과감히 추진한다해도 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세청이 이명박 정부에게 '감세카드'를 마음껏(?) 던질 수 있도록 '실탄'을 제공하는 데 일조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