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105일간 이뤄지는 수사를 통해 한국 대표 그룹인 삼성의 구조적 문제점과 권력층 상대 로비설 등 그동안 풍문으로만 떠돌던 각종 의혹이 본격적으로 파헤쳐지는 것이다.
조 특검은 윤정석ㆍ조대환ㆍ제갈복성 변호사 등 3명의 특검보 밑에 검찰ㆍ경찰ㆍ국세청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은 파견 공무원들을 배속시켜 3개의 수사팀을 짰다.
윤 특검보와 이원곤 부부장검사는 삼성의 대선자금 등 관련 의혹을, 조 특검보와 강찬우 부장검사는 비자금 조성 및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맡았으며 제갈 특검보와 이주형 검사는 검찰 관계자를 포함한 정관계 떡값 제공 의혹을 수사한다.
특검법상 삼성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수사대상으로 망라돼 있지만 수사기간에 제한이 있는 만큼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불법 상속 등 이른바 '3대 의혹'이 집중적으로 규명될 가능성이 높다.
조 특검도 이날 "의혹들이 너무 많아 시간 내에 모두 규명하기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중요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수사해 결과가 나오도록 하겠다"며 큰 줄기의 의혹들을 선별해 우선 조사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특검팀은 앞서 기초수사를 벌였던 검찰로부터 4만2천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수사자료들을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전.현직 임원 200여명의 명의로 개설한 '차명 의심 계좌' 1천여개를 집중추적해 차명계좌일 개연성이 짙은 300∼400여개의 금융계좌를 추려낸 점은 향후 특검의 비자금 관련 수사에서 좋은 '밑그림'이 돼 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나아가 특검은 해당 계좌에서 관리된 자금이 어떻게 조성돼 흘러들어왔는지를 자금추적이나 회계장부 분석 등을 통해 밝혀내야 하고 삼성의 미술품 구입 의혹 등을 포함한 비자금의 사용처 확인 작업도 벌여야 한다.
경영권 승계 의혹 등과 관련해서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전략기획지원팀장(사장) 등 그룹 수뇌부의 소환 및 사법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아직은 일방적인 주장 내지 소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삼성의 금품살포 의혹의 경우, 당사자들이 돈거래를 부인하거나 돈의 대가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특검팀이 얼마나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수사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특검팀이 어떤 인물이나 대상에 대해 출국금지나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방식을 동원할 지도 관심거리다.
검찰의 초동수사로 기본적인 자료가 확보된 상태인데도 새롭게 강제수사에 나섰다는 것은 특검팀이 유력한 범죄 정황을 잡았거나 검찰이 손대지 못했던 영역을 수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