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오는 4월 7명의 금융통화위원 가운데 3명이 교체되는 것을 계기로 진검 승부가 예상되며 그 결과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 운영에서 기류변화가 초래될 수 있어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한은과 금융계에 따르면 이번주초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와 함께 경제 각료직 인선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과거 재무부 출신 인사들이 주요 경제부처의 장관으로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현재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친 기획재정부(가칭)의 장관으로는 인수위의 경제1분과의 간사를 맡은 강만수 전 재경원 차관이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정덕구 전 산자부 장관, 사공일 국가경쟁력특위위원장,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 최경환·이한구·이종구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가운데 전직 관료들은 대부분 재무부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들은 과거 재무부장관이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을 맡아 통화정책 결정을 좌지우지하던 시절에 관가에 몸담고 있었고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맡아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상근 기구로 탈바꿈한 이후로는 재경부의 금융정책 라인에서 한발 비켜나 있었던 인물들이다.
이들 가운데 과거 한은을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 정도로 생각하던 인사가 경제정책의 수장으로 발탁된다면 한은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특히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유력시되는 강만수 전 차관의 경우 98년 한은법 개정 당시 한은과 일전을 벌인 전례가 있는데다, 최근 한은의 인수위 업무보고를 앞둔 시점에서는 한은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며 곱지 않은 인식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이성태 한은 총재는 10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장황한 답변을 통해 한은의 독립성과 책임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향후 가시화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새 정부의 외압 시도에 대해 단단한 방어막을 쳤다.
그러나 이 총재의 입장 표명에 뒤이어 곧 바로 인수위 일각에서는 금통위를 한은에서 분리시키는 방안이 검토중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는 등 양측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비록 인수위측이 `금통위의 한은 분리 방안 검토'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기는 했지만 한은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이러한 공방이 기세 싸움의 1라운드였다면 새 정부의 각료인선과 4월의 금통위원 교체는 2라운드가 되는 셈이다.
전직 재경부의 한 관료는 "새 정부의 입장에서는 물가안정을 토대로 6%대의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한은의 통화정책적 협조가 긴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상호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한다"면서 "의사소통의 채널 가운데 하나가 금통위원임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4월 임기가 만료되는 금통위원은 강문수(금감위원장 추천), 이덕훈(한은 총재 추천), 이성남(재경부 장관 추천) 위원 등 3명이다.
새 금통위원은 해당 기관장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통위가 상근기구로 독립된 후 초기에는 금통위원 인선과정에서 재경부 장관이 상당한 입김을 행사했으나 최근에는 비교적 재경부의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임기가 남은 4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3명이 한은 출신인데다 나머지 박봉흠(대한상의 회장 추천)위원도 중립적 성향으로 알려지고 있어 새 정부로서는 3명의 금통위원의 임명을 통해 한은의 독주를 견제하고자 할 것이라는게 시장의 관측이다.
예정된 금통위원의 교체를 통해 새 정부가 통화정책 운영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려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한은 수뇌부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그러나 새 정부가 자신들과 교감이 가능한 인물들로 금통위원을 임명하더라도 통화정책 방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생각이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금통위가 상근 기구로 바뀐데다가 위원회의 특성상 각 금통위원이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금통위원이 정부의 주문에 따라 움직이는 식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