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 편취 고발자에 교통사고 위장 '살인미수'
여의도 면적의 19배, 190억대‥'건국 최대 국유지 편취범'
거액의 국유지 환수보상금을 불법으로 편취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불렸던 전직 세무공무원이 범행을 방해해 온 지인을 청부살해하려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광주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는 17일 국유지 환수보상금 편취범행을 방해한 피해자 김 모씨를 청부살해하려 한 전직 세무공무원 이 모(77세, 무직)씨를 추가 기소하고, 범행을 주도적으로 실행한 윤 모(54세, 유흥주점업)씨와 정 모(34세, 무직)씨를 구속기소했다.
또한 이미 수감중인 이씨와 정씨가 범행대가를 받아내는데 관여한 노 모(33세, 자영업)씨와 강 모(33세, 노동자)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해외에 체류중인 황 모(40세, 직업불상)은 기소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김씨와 토지거래 중개 과정에서 각종 분쟁을 벌이다가, 지난 1993년 김씨가 이씨의 국유지 불법매각 행위와 관련한 수사정보를 광주지검에 제공한 것을 계기로 구속 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그러나 이씨는 지난 1999년 12월 가석방 출소 이후 4달여만에 다시 재정경제부의 '불법취득 국유지 특례매각 및 환수보상 지침'을 악용해 친인척 등이 실매수자인 것처럼 가장해 국유지 특례매각 이익금과 환수보상금 편취를 해 왔다.
이씨의 불법행위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지난 2003년 9월 국유지 불법 특례매각행위를 중단시키고 처벌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부패방지위원회'에 제출했고, 결국 감사원이 관련 기관을 상대로 전면 감사에 착수, 이씨의 수백억원대의 불법 특례매각 행위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대해 이씨는 지난 2004년 4월 사사건건 자신의 국유지 매각행위를 방해해 온 김씨에 앙심을 품고 평소 알고 지내던 목포지역 유흥주점 업주 윤씨에게 김씨를 살해해주면 현금 5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제의를 하고, 착수금으로 1500만원을 줬다.
이후 윤씨는 후배인 황씨와 정씨를 끌어들여 2004년 5월 목포지역에서 렌터카로 피해자 김씨를 들이받아 전치 9주의 중상을 입혔다.
특히 이들은 범행 전부터 피해자 김씨가 목발을 짚고 다닌다는 점, 주거지, 자주 다니는 길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모의범행과 합숙 등을 통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범행을 사주한 이씨는 김씨가 사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억원의 대가지급을 거부했고, 윤씨는 지속적으로 대가지급을 요구하다가 결국 지난 2005년 5월까지 이씨가 보유하고 있던 시가 3억원 상당의 전담 해남군 일대 토지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이들의 꼬리가 잡힌 것은 김씨가 사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씨가 윤씨에게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았기 때문. 윤씨와 이씨로부터 범행 대가를 수령하는 과정에서 ‘약정서’를 작성했고, 윤씨는 또 이씨에게 범행을 폭로하겠다는 취지로 ‘협박 편지’를 보냈다. 이것이 이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발견돼 단서로 이용됐던 것.
또한 정씨도 윤씨로부터 범행 대가 1억원을 받지 못하자 고향 후배인 노씨와 강씨를 동원해 대가지급을 요구, 3000만원과 해남 일대 토지 3필지를 이전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씨는 그의 물욕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가 사람의 생명까지 희생의 대상으로 했다"며 "범행에 가담한 공범들도 돈만 된다면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는 인명경시 풍조를 보여준 충격적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직 세무공무원 이씨는 여의도 면적의 19배에 달하는 국유지를 불법 취득, 친인척 등이 실매수자인 것처럼 가장해 190억원 상당의 환수보상금을 챙겨 건국 이래 최대 국유지 편취사범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2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사기 등으로 구속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