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세정당국과의 정책방향 조율 차질 가능성
조세전문 인력수급 관건, 인사교류-민간개방 대안
지난 1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납세자의 조세 관련 권리구제를 담당하고 있는 국세심판원을 기존 재정경제부 산하에서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으로 '격상'하는 방안이 담겨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울러 기존의 국세 관련 불복업무에서 지방세에 대한 불복 심판권까지 가져오고, 그 명칭도 '조세심판원'으로 바꿔 납세자 중심의 종합 권리구제 기관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인해 조세 불복에 대한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게 돼 납세자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총리실 산하의 조세심판원이 원활하게 구성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이 독립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재경부(기획재정부로 통합 예정)와 국세청의 정책방향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자칫 세제·세정에 혼란을 줄 우려가 있으며, 이에 대한 조율도 물리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또한 총리실 산하기관으로서 조세분야의 전문인력 확보와 기존 조직과의 인사문제 등을 원활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졸속 심판결정으로 인해 납세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
반면 심판원의 인력을 민간에 개방할 경우, 오히려 유연하고 공정한 심판결정으로 인해 보다 발전적인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격상'되는 조세심판원, 독립성 제고‥최대 수혜는 '납세자'= 인수위가 발표한 조세심판원 신설방안은 국세심판원을 기존 재정경제부 산하기관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바꾸고, 행정자치부의 지방세 심판위원회와 통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총리실 산하기관으로 '격상'시키는 이유는 심판결정의 중립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인수위는 설명했다. 재경부의 '큰집'인 심판원을 총리실 산하에 두면 보다 공정한 심판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복안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심판원을 재경부 산하기관이 아닌 제3기관으로 이전하고, 지방세 등과 관련한 심판청구를 모두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심판원의 독립성 보장을 통해 보다 공정한 심판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한 조세구제 관련 전문가는 "조세심판원이 설립되면 심판 결정에 대한 독립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더욱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며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조세불복을 하는 납세자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독립된 심판결정‥"세제·세정 혼선 우려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세심판원 설립방안이 납세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점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심판의 중립성을 위해 조세심판원을 총리실 산하기관으로 두는 것이 오히려 국가가 추구하는 조세정책 수립과 행정에 대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세심판원은 재경부 산하기관으로서 세제·세정당국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정책방향을 감안한 결정을 내리고 있지만, 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이 독립적으로 단일 사건에 대해 다른 결정을 내리면 정부의 정책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판원과 재경부 출신의 한 관계자는 "심판원이 재경부와 국세청보다 우위에 있게 되면 심판결정에 대한 협의체계가 얇아질 것"이라며 "만일 심판결정에 따라 세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게 된다면 현행 세법체계의 정합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심판원의 위상이 격상되면 심판결정의 독립성은 보장되겠지만 정부가 추구하는 조세정책과 조세행정과 엇갈리는 결정이 나오면 조율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심판원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한을 휘두르면 세제·세정 전반의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적절한 견제장치도 둬야 한다"고 말했다.
□ 조세 전문인력 수급‥인사교류·민간 확대 등 대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심판원이 기존 재경부 산하기관에서 총리실 산하기관으로 옮겨갈 경우, 조세분야의 전문인력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세심판원에서는 재경부 세제실과 국세청 등에서 세제와 세정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데려오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총리실 소속으로 직제가 바뀌고 인사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 되면 전문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조세심판원이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재경부와 국세청 등과의 인사교류가 원활하고 확실하게 돼야 한다"며 "인사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심판원의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게 돼 결국 그 피해는 납세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총리실 산하 심판원 조직개편을 계기로 재경부 세제실과 국세청 출신 공무원 외에 민간출신 전문가에 대한 임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희열 강남대 교수는 한 보고서에서 "재경부와 국세청 등의 일반 행정직 공무원은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더라도 독립된 지위에서 법과 양심에 따라 정의를 찾고 판단하는 심판업무에는 부적합하다"며 "심판관직을 일반 행정·집행직에서 분리, 독립시켜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조세전문가는 "인력수급의 문제는 '민간출신'에게도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민간에 더 많고 유연한 사고와 전문성을 갖춘 가진 민간인들이 많이 참여할 경우 공정성이 더욱 제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심판원 관계자는 "심판청구에 대한 업무는 납세자의 재산권이 달려 있기 때문에 세제와 세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결정을 내리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며 "민간이든 공무원이든 조세분야의 전문가를 원활히 수급하는 것이 심판원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