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직접 경험한 바에 의하면 자료상은 근절될 수 없습니다. 중장비업자가 건설회사 공사에 참여해 1억원어치의 일을하고 세금 계산서를 끊을 때, 건설회사는 약 2억원 정도의 매출 세금 계산서를 요구합니다. 그만큼 건설회사는 비용을 늘려 세금을 줄일 수 있죠."
"그런데 어떤 장비 업자가 건설사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을까요. 건설회사에서 일 못하게 될 까봐 아무런 저항 없이 건설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자료상 근절이라는 것은 영세업자에게는 대한민국에서 살지 말라는 것과 같습니다."
[기획-창궐하는 자료상]이란 제목으로 자료상 문제에 대한 조세일보의 기획 보도가 시작된 이후, 조세일보 '독자게시판'에 그것도 '자료상'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글이다. 영세사업자의 절절한 사연을 소개한 글이지만, 한편으로 그만큼 이 땅에 자료상이 만연된 것으로 보여 씁쓸하다.
■ 뛰는 자료상에 국세청은 '걸음마'
국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평균 2345건의 자료상을 적발했다.
지난 2004년에는 연인원 4493명의 조사요원들을 투입해 무려 1만6113명의 자료상을 적발, 3709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듬해인 2005년에도 2506명의 조사인원을 투입해 1856억원의 세금을 거둬들이는 등 자료상 적발을 위해 고삐를 바짝 당겼다.
그러나 막대한 국세행정력과 제도적 장치마련에도 불구 현대판 자료상들은 자료상 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수법을 보다 지능화·다양화하면서 활개를 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과거의 자료상은 일시 사업자등록 후 곧바로 폐업하는 등 게릴라식 치고 빠지기를 했다면, 최근의 자료상은 버젓이 정상영업을 하면서 정상거래와 자료상거래를 섞는 수법으로 국세청 단속망을 피해가고 있다.
여기에 금융기관을 이용해 실지 거래처럼 자금흐름을 조작하거나 대포폰 등을 사용하면서 사업장을 전국으로 이동하는 등 점차 광역화시키면서 국세청 단속을 비웃고 있다.
■ 자료상 그리고 자료수취 사업자 처벌내용…'무섭다'
자료상 행위를 한 사람은 물론이고 가짜(세금)계산서를 받은 사업자 그리고 이를 중개하거나 알선한 사람이 국세청에 적발됐을 땐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규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현행 특가법에선 자료상 행위자는 가공 공급가액 합계액이 3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발행세액의 2∼5배에 달하는 벌금형이 병과된다.
특히 50억원 이상의 가짜세금계산서를 매매한 자료상 행위자에 대해서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발행세액의 2∼5배 벌금형이 병과된다. 특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소액자료상은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부가세액의 2배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자료상 외에 자료상으로부터 가짜세금계산서를 받은 사업자도 특가법의 적용을 받아 자료상과 똑같은 형벌을 받는다.
이와 함께 자료상으로부터 가짜세금계산서를 받아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공제받거나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비용으로 공제한 경우에는 무거운 가산세가 적용된다.
일례로 이들에겐 신고불성실 가산세 40%는 물론 세금계산서불성실가산세 10%(공급가액의 1%), 납부불성실가산세 연 10.95% 등 총 60% 이상의 가산세가 붙는다. 또 자료상과 함께 조세범칙으로 고발돼 징역형과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국세청은 인터넷 카페·전화 등을 이용해 가짜 세금계산서를 판매하는 자료상 등은 수사기관과 공조를 통해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해서 고발하고, 가짜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사업자에 대해서도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탈루세액 추징은 물론 조세범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 자료상이 창궐하는 이유
자료상이나 자료수취 사업자에 대해 엄중한 형벌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계속 창궐, 음지에서 번성하는 이유는 뭘까. 정답은 '돈'이다.
자료상 창궐의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관계를 잘 알아야 자료상을 막을 수도 있게된다.
▲영세사업자는 왜 자료가 필요할까
건설회사 공사에 참여한 중장비업자의 말에서 영세사업자는 '탈세'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궁여지책으로 가짜세금계산서가 절실히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많은 경우는 '탈세' 목적이 개입돼 있기 때문이라는데 국세청이나 많은 전문가들은 동의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사업자들은 과거처럼 매출을 속일 수 없게됐다"며 "드러난 매출을 그대로 신고했다간 만만치 않은 세금부담에 부닥치고, 결국 가짜세금계산서로 세금부담을 피하기 위해 자료를 찾게 된다"고 관측했다.
서울시내 집단상가 관계자에 따르면 자료는 세금계산서에 찍힌 부가세액의 일정률로 거래된다. 평소에는 3∼5%에 거래되지만, 부가가치세 신고기한에 임박한 1월과 7월 무렵에는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7%이상을 호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례로 집단상가의 한 소매업체가 부가가치세 확정신고기간을 앞두고 무자료거래를 많이 해서 매출세액에 비해 매입세액이 1000만원 부족하다고 치자. 그는 자료상이나 매출세금계산서 처리가 시급한 업자에게 30∼70만원을 지불하고 부가세 1000만원을 줄일 수 있다.
더구나 이를 종합소득세나 법인세(법인의 경우)를 신고할 때 비용으로 꾸며, 거래금액 1억원(=부가세는 1000만원)에 대해 세율을 곱한 만큼 소득세도 줄인다.
적발되지만 않는다면 30∼70만원을 들여 소득세율 35%를 가정할 경우 4500만원(소득세 3500만원과 부가세 1000만원)을 줄일 수 있으니, 자료상의 유혹만 있다면 빠져들기는 아주 쉬운 것.
이보다 더 교묘한 이유에서 가짜세금계산서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같은 업종의 某집단상가 A, B, C사업자는 모두 세무서에 5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동종업계의 규모가 비슷한 한 사업자는 150만원을 팔았다고 신고한 것.
이대로 뒀다간 국세청 전산망에서 탈세를 시도한 업체로 찍히기 쉽다. 이들 사업자는 100만원이 적힌 세금계산서를 뺑뺑이거래로 돌려 추가적인 세금부담 없이 매출액 150을 채우고, 세무조사나 은행거래에서 유리한 입장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적발됐다.
▲자료상에는 '전업 자료상'만 있는 게 아니었다
누구나 쉽게 아는 자료상은 '자료상' 목적이지만 정상사업자인양 사업자등록을 한 뒤, 순식간에 거액의 자료를 팔아 거액을 벌어서 폐업신고와 동시에 '잠수'를 타는 경우다. 가장 대표적인 자료상수법이며 수단이 악랄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청량음료와 약국에서 파는 기능성음료 등 의약품, 그리고 기름유통업계가 그 케이스.
이들은 물량공세로 물건을 파는데 물건을 많이 팔아주지만 무자료거래를 원하는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원치 않는 경우가 문제. 이럴 경우 물건은 팔렸는데, 꿰어 맞출 세금계산서가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들 사업자는 물건은 많이 팔려 좋겠지만 부족한 매출세금계산서에 대해 세금계산서미교부 가산세를 부담하는 등의 제약이 따르게 된다"며 "이들은 주로 세금계산서의 의미가 적은 간이과세자 등을 찾아, 매출세금계산서를 소화하게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