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생활습관,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습관'이라는 책을 쓰기도 한 일본 경제학자 다케우치 야스오는 자신의 저서 '정의와 질투의 경제학'에서 질투는 때로는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10억원을 번 부자에게 9억원의 세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왜곡된 정의'는 질투의 산물이고 이 질투의 산물은 능력 있는 사람과 경제활력의 해외 유출을 초래, 결국 남아있는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어리석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강만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가 지난 2004년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관련해 한 경제지 칼럼을 통해 질투의 경제학을 거론했다.
강 간사는 당시 칼럼을 통해 종합부동산세를 '인식과 목적과 원칙이 착오된 다수를 앞세운 질투의 경제학'이라고 비판했다.
'세금은 뜨거운 가슴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 강 간사는 종부세 정책을 '성장'보다는 '분배의 정신'에 치우친 참여정부의 '뜨거운 가슴'에서 빚어진 정책으로 평가했다.
이후 강 간사는 2, 3차례에 걸쳐 점점 세련되어져 가는 정부의 종부세 정책을 비판하는데 신문지면을 할애해 왔다. 비판의 톤도 일관적으로 유지해 왔다.
종부세 정책에 있어서 만큼 강 간사의 소신은 분명해 보인다. 참여정부의 성과물을 조세의 원리 등에 비춰볼 때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 몇 편의 칼럼에서 엿보이는 간사의 '종부세 소신'인 것으로 풀이된다.
강 간사의 소신과는 달리 현재 정부의 종부세 정책은 안정적인 운영으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시행 첫해인 2005년 자진신고율 96%, 2006년 자진신고율 98.2%, 2007년에는 사실상의 100%인 99.8%의 자진신고율을 기록했다. 세수도 1조원을 가뿐히 넘기는 수준.
각종 세목이 부과고지제도에서 자진신고제도로 전환된 이후 이렇게 경이적인 자진신고율을 기록한 세목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빠르게 제도적 정착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아이러니인지 모르지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종부세 정책을 '본말이 전도된 질투의 산물'이라 꼬집어 온 강 간사가(이하 강 내정자) 이 시점에서 관련 정책 조율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초대 장관으로 내정됐다.
아울러 그가 수족으로 부리게 될 재정경제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최근 강 내정자가 쓴 경제칼럼(예를 든 칼럼도 속해 있다)과 저서가 필독서가 되고 있을 정도다.
모든 정책은 현실적 필요성도 필요성이지만 시대정신과 정책입안자의 '정신'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강 내정자의 종부세에 대한 정신, 그리고 그의 정신을 직간접적으로 흡수하게 될 공무원들까지.
이제 막 안정기로 접어든, 1조원이 넘는 '황금알(세수)'까지 품고 있는 종부세 정책을 새정부의 수석경제부처는 어떻게 평가하고 손질할까. 종부세 정책의 존립과 관련한 고비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