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특검팀은 이미 조성된 비자금이 관리ㆍ운용되고 있는 단서에 해당하는 차명 의심 계좌쪽에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이른바 비자금 의혹이 완전히 풀리려면 차명계좌에 담긴 돈이 어디서 나왔고, 어디에 쓰였는지를 밝혀내 자금의 흐름을 '선(線) 구조'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특검팀은 광범위한 금융계좌 압수수색을 통해 중간 부분에 해당하는 '차명계좌 관리 단계'를 찾아냈고 이 단계를 시작점으로 전ㆍ후 자금 흐름을 쫓아온 것이다.
그러나 차명계좌 명의자에 해당하는 삼성 전ㆍ현직 임직원들은 대부분 계좌가 차명이라는 점부터 전면 부인했고 계열사 압수수색 등에서도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날 뿐 결정적인 물증이 나오지 않아 수사가 난항을 겪었다.
자금 흐름의 중간 단계부터 시작된 수사가 신속하게 '출처와 용처' 양 방향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
이런 상황에 비춰 특검팀이 회계사 3명을 충원,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5개 계열사의 회계감사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은 수사 지연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 비자금 생성지점에 해당하는 분식회계 부분에 직접 손을 댄 것으로 해석된다.
분식회계 수사를 통해 비자금이 만들어진 과정을 규명하고 그 흐름을 따라간다면 자금이 모여드는 차명계좌쪽까지 연결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물산 해외지점에서 장비를 구입해 다른 계열사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구매가격 허위 산정 방식으로 거액이 빼돌려졌으며 삼성중공업이 만들지도 않는 선박을 건조했던 것처럼 꾸며 자금을 조성했다는 주장 등을 내놓은 바 있다.
각종 조작을 통한 분식 규모는 삼성중공업 2조원, 삼성물산 2조원, 삼성항공 1조6천억원, 삼성엔지니어링 1조원, 제일모직 6천억원 등이라고 김 변호사는 폭로했다.
특검팀은 회계감사 자료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단서를 찾는 작업에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분식회계 부분을 집중적으로 판다고 해도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도 있다.
계열사 분식회계 의혹은 수년 내지 십수년 전 상황을 지칭하는 것이어서 감사 자료 이외에는 수사의 단서가 될 증거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