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삼일회계법인…"교체 없다"
지난 2006년 처음으로 '외부감사인 강제교체제도'가 시행된 이래, 올해는 많은 기업들이 감사인을 교체해야 하는 감사인 교체 '러시(rush)의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회계법인 업계에서는 감사인 계약전이 막바지로 치닫는 '2말3초(2월말 3월초)'를 한 건이라도 더 따내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올해 감사인을 의무 교체해야 하는 회사는 무려 419개. 2006년 65개사, 2007년 121개사에서 대폭 늘어났다. 특히 '빅4'로 불리는 삼일, 안진, 한영, 삼정 회계법인에서 교체해야 하는 회사는 전체의 절반 정도인 208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삼일회계법인에서 6년 동안 감사를 맡았던 98개 기업이 의무적으로 회계법인을 교체해야 돼 가장 많은 감사인 변동이 예고돼 있다. 이어 안진 57개, 한영 30개, 삼정 23개 등의 순으로 감사인을 교체해야 할 기업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삼일회계법인에서 내놓을 98개 기업을 상대로 대형회계법인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이들 회계법인에게는 삼일회계법인의 감사 고객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가장 많은 기업을 내줘야 하는 삼일회계법인 역시 안진, 한영, 삼정회계법인이 내놓은 기업들을 상대로 감사 계약을 시도하면 잃은 만큼 얻을 수 있어 서로에게 '위기'임과 동시에 '기회'로 작용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에 교체 의무가 발생하는 삼성전자, 포스코,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상위 10대 기업들은 뉴욕 및 런던 등의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만큼 법적으로는 교체 의무가 발생하지 않지만, 포스코와 LG필립스LCD 등은 회계법인을 교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LG필립스LCD는 분식회계를 없애기 위한 외감법의 취지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교체의무가 없음에도 감사인을 삼일회계법인에서 삼정회계법인으로 바꿀 예정이다.
지난해 교체 의무가 없었던 한국전력과 KT도 감사인을 교체했던 전력이 있다. 이에 따라 뉴욕 및 런던 거래소 등에 상장돼 있는 상위 10대 기업들의 감사인 교체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감사 계약을 따내기 위한 각축전도 치열하다.
한편 런던 거래소에 상장된 삼성전자의 경우는 감사인 교체 없이 기존의 삼일회계법인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확인됐다.
□12월 결산법인, '2말3초'안에 윤곽…"위기?, 기회?"= 감사인 강제 교체제도는 자칫 발생할 수 있는 회계법인과 기업의 유착관계를 막고, 독립된 감사를 하기 위한 조치로 같은 기업에 대해 6개 사업연도를 초과해서 감사할 수 없게 한 제도이다.
올해 감사인을 교체해야 하는 기업들은 지난 2002년 회계연도 감사부터 2007년 회계연도 감사까지 6년 간 동일인(동일 회계법인)에게 감사를 받아 올해부터는 다른 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을 변경해야 하는 것.
외감법에 따르면 회계법인 감사계약은 해당 회계연도의 사업개시일부터 4개월까지 이뤄져야 하므로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2008년 4월까지 회계법인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감사인 선임위원회 및 기업의 주주총회(감사인 교체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업들의 주총시즌인 2월말에서 3월초에 감사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략적으로 3월이면 어느 기업이 어느 회계법인과 새로운 감사 계약을 맺게될지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어느 한 회사는 유독 한 회계법인만 좋아해 계속 (감사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 경우 우리 쪽으로 (감사 계약을 할 수 있게)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중형회계법인 관계자는 "우리도 30%의 감사 기업을 교체해야 하며, 중소회계법인에게는 (외부인 감사 교체제도가) 불리할 수 있다"면서도 "올해 감사인 의무교체 대상회사 419개의 명단을 모두 갖고 철저하게 준비해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이같은 회계법인들의 외감기업 수주전은 12월 결산법인의 회계감사 계약이 이뤄지는 3월이 다가오면서 훨씬 더 과열되고 있는 모습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3월이면 대부분 감사인이 확정되는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음해성 발언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해 대형 회계법인간의 수주전은 예상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회계법인, 감사인교체제도 여전히 불만 가득…이중 제약 논란도= 회계법인들은 대규모로 이뤄지는 감사인 변동에 대해 '어쩌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정작 감사인 교체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는 자칫 발생할 수 있는 회계법인과 외감기업과의 유착이라는 것인데 그렇다고 극히 일부 업체의 문제를 전체인양 봐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에서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그 회사에 대해 누구보다 이해를 잘 하고 있는데 억지로 떼어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독립성을 준수하는 방법에 대한 외감법상 이중 제약이라는 논란도 있다. 외감법에는 3개 사업연도를 연속해 감사업무를 한 경우 감사업무 보조자나 감사에 참여한 회계사의 3분의 2이상을 교체하도록 돼 있기 때문.
회계법인을 회계연도 6년마다 교체하지 않아도 회계법인 내의 감사 인력을 교체하는 방식으로도 감사인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회계법인을 교체하는 것과 회계법인 내의 감사 인력을 교체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독립성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계법인에서는 후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인 강제교체제도는) 해외 선진국에는 없는 제도"라며 "선진국에서 회계법인을 바꾸는 것이 효과적인가, 회계담당 파트너를 바꾸는 것이 효과적인가를 연구했는데 회계법인을 바꾸는 것은 감사의 질을 높이는데 그렇게 도움이 안 된다고 나와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