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원장이 금융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사실상의 안건 상정 권한이 부여됨에 따라 금감원의 독립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금융감독기구 개편이 마무리됐다.
21일 재정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합의됨에 따라 당초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이 집중돼 막대한 권한을 갖게 되는 금융위 신설로 권한과 역할 축소가 우려됐던 금감원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워낙 최악이었던 상황에서 상당히 나아졌다"고 말했다.
□금감원장, 금융위원보다 안건상정 권한 커
금감원의 독립성 강화를 밑받침 해주고 있는 것은 금감원장이 금융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것과 금감원장에게 사실상의 안건상정권이 부여됐다는 점이다.
재경위 소위에서는 금감원장이 안건상정을 요청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도록 한다'는 단서를 달아 사실상의 안건상정 권한이 부여됐다고 볼 수 있다.
금융위원 3명이 합의해야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 반면, 금감원장은 웬만한 사안에 대해 독립적으로 안건을 상정할 수 있게 돼 안건상정에 있어서 금융위원장 다음의 권한이 부여됐다고 할 수 있다. 금융위원장은 혼자서도 안건상정을 할 수 있다.
□금감원 예산 승인은 오히려 지금보다 독립성 강화
기존 금감원은 금융감독위원회의 전체 예산은 물론 상위 직원과 하위 직원 등의 보수에 대해서도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금감원에 대한 조직, 기구 및 직원보수 기준 승인권이 삭제됨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위에 전체 예산만 승인 받으면 된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직원보수기준에 대해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돼 오히려 지금보다 예산 승인권에 대해서는 더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금감원 집행간부 인사권 반반씩 양보(?)
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에서 임명하게 됐으며, 부원장보에 대해서는 금감원장에게 인사권이 부여됐다. 결국 부원장과 부원장보의 인사권을 반반씩 나눠 갖는 선에서 합의를 봤다.
또한 금감원장 인사는 '금융위'의결을 거쳐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 중간 과정에서 금융위 의결이 추가됐다. 금융위 위원에 '지식경제부 장관 추천 1인'을 '대한상의 추천 1인'으로 변경해 민간인 출신이 추가돼 인사 임명에 있어 관료의 입김이 줄어들게 됐다.
금융위 위원은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2인 ▲기획재정부 차관 ▲한국은행 부총재 ▲금감원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대한상공회의소 추천 1인 등으로 구성된다.
□금융위, 금감원 관계와 업무 범위는?
당초에는 금융위가 금감원을 하위기관으로 두는 모양새였으나 현재는 금감원의 독립성 강화로 금감원의 권한이 조금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금융위의 금감원에 대한 '지시감독'이 '지도감독'으로 바뀌었기 때문. 그러나 '지시'와 '지도'의 단어의 뉘앙스 차이가 실제 업무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우선 금융위 소속 공무원의 금융협회 검사권이 삭제된 반면, 금감원이 단독적으로 협회, 거래소, 예탁원을 검사할 수 있게 됐다. 또 금감원이 금융위 및 소속기관 업무를 지원할 수 있게 된 점도 특징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건전성 감독, 자본시장 관리감독, 경영사항 인허가 등의 업무 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까지 금감원은 금감위·증선위 업무 보좌를 하도록 돼 있어 실질적으로 경영사항 인허가 및 불공정거래 조사 등을 해왔다.
금융위 사무국이 설치되지만, 순환보직이라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과 인력 축소라는 새 정부의 방침에 따라 기존에 금감원이 해왔던 업무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합의해야 할 사항은 남아 있다. 법에 금융위가 금감원에 대한 위임·위탁근거를 규정하고 하위법령에서 구체적인 업무를 열거하도록 돼 있지만, 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
한편 현재 재경위에 계류중인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우제창 의원 등 발의)에는 금융위와 금감독위 소관사무를 명확히 구분하도록 돼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시장 안정 ▲금융 법령 제개정 ▲금융기관 감독 규정 제개정 ▲금융기관 설립·합병 등의 인허가 ▲금감원 감독 등을, 금감원이 ▲금융기관 검사·제재 ▲금융기관 경영 관련 인허가 및 건전경영지도 ▲자본시장 관리·감독 관련 공시 ▲불공정거래조사 ▲회계감리 및 관련 제개정 제안 등을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