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1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조찬세미나에서 '기업친화적인 세정'을 강조하며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표방하는 신 정부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청장은 "가장 앞서가는 것은 기업이다. 요즘에는 골프장도 외국골프장과 경쟁한다. 그러나 유독 경쟁 안하는 곳이 바로 정부"라며 정부 비판의 운을뗐다. 그는 이어 "공공부분은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공공부문, 정부조직"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공무원과 공공부문의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거의 흡사한 발언이다. 골프장을 예를들어 언급한 부분도 판박이.
한 청장 스스로도 "몸담고 있는 조직을 폄하하는 것 같아서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정부조직 구성원인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하기도 했다.
이어 한 청장은 "흔히 우리나라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하는데 실제 통계로는 그렇지만 이는 통계에 대한 착각과 착오의 산물"이라며 "EU나 NAFTA 두 경제권의 규모가 15조달러 정도 되는데 우리는 9000억달러정도다. 실질적으로는 게임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기업살리기와 비즈니스 프랜들리의 명분을 강조했다.
국세청장이 전공인 세금문제를 넘어 경제철학을 펼쳐보이며 기업적 정서를 내 비춘 것.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유임이 결정된 이후 첫 공식 외부행사로 서울과학종합대학교 조찬세미나를 선택한 것이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서울과학종합대학교는 지난 2003년에 설립된 경영전문대학원으로 주요 대기업 CEO들이 거쳐갔고, 다니고 있는 곳.
특히 최고경영자 과정은 윤리, 창조, 팀워크, 기술(Ethics, Storytelling, Teamwork, Technology)이라는 경영이념을 강조하며 이른바 '4T모임'이라는 회원원우회를 결성하고 있다.
이 과정은 현재 6기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인사들은 한상률 국세청장(1기)을 비롯해 임채진 검찰총장, 권오룡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조창현 방송위원회 위원장,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정두언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 현 정부주요인사는 물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김신배 SK텔레콤 대표, 남승우 풀무원 사장, 권영빈 중앙일보 사장,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 이채욱 GE코리아 회장, 유상옥 코리아나 회장, 윤종웅 하이트맥주 대표 등 주요기업인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기업과 개인의 세금문제를 다루는 국세청의 수장이 이런 모임의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으나 한 청장이 이날 이를 직접 공식발표 한 셈.
그 이면에는 그 만큼 친기업정서를 강조하고 싶은 마음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청장은 "4T 회원으로 배운 것들을 국세행정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이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히기도했다.
특히 이번 유임결정의 공로도 기업인들이 모인 "4T 모임의 성원" 때문이라고 추켜세웠다.
한 청장은 "무심코 3월쯤에 국세행정운영방향에 대해 얘기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허락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유임이 될지 안될지 몰라서 유임이 안되면 강의를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고민했다"며 "한편으로는 강의약속을 해 뒀기 때문에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서라도 유임이 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