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내용은 일단의 '충격파'였습니다. 국세청에서 요직으로 불리는 운영지원과장이 그것도 부이사관급이 누가봐도 '좌천성' 인사인 국세공무원교육원으로 가게됐으니 말입니다.
그 동안 국세청 운영지원과장 출신들은 소위 '탄탄대로'를 달렸습니다. 부이사관 승진은 물론 이후에도 주요 핵심국장 보직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케이스가 대부분이었습니다.
2000년 이후만 놓고 보면 오대식-김호업-김문환-정상곤-허장욱-안원구-김남문-김연근 씨 등 쟁쟁한 인물들이 운영지원과장 출신입니다.
이들은 이후 1급 승진(오대식·김호업), 지방국세청장(정상곤, 안원구, 김남문) 등으로 영전하는 등 승승장구했습니다. 원정희 과장 이전 운영지원과장이었던 김연근 국장은 서울청 조사2국장, 미국파견을 거쳐 현재는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장으로 근무 중입니다.
그동안 국세청 내에서는 원정희 과장은 아무리 못 가도 중부청 국장급은 무난 할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만큼 운영지원과장 직위가 '고생하는 자리'라고 인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판국에 정반대의 인사결과가 나왔으니 상당히 놀라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 같은 인사에는 나름대로의 확고한 배경이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아울러 '좌천성 인사'가 아닌 '발탁성 인사'라는 풀이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한상률 국세청장은 주요간부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원 과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이번 인사와 관련한 의혹을 해소할 만한 이야기들을 했다는 전언입니다.
한 국세청장은 특히 "이번 인사결과에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청장 자신과)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교육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앞으로는 교육원에 최고의 인재(베스트 오브 베스트)만 선발해서 보내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한 이 같은 자신의 인사원칙의 첫 케이스가 원 과장임을 강조한 뒤 앞으로는 교육원 직원들에 대해 인사상 우대를 확실히 하겠다고 했다는 전언입니다.
한 국세청장 스스로도 취임 이후 타운미팅, 신규직원 강연 등 일정으로 6차례에 걸쳐 교육원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며 교육원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 동안 한직처럼 여겨지던 교육원을 우대하는 분위기는 전임 전군표 前국세청장 재직시절부터 생겨난 새로운 분위기입니다.
전 전 청장은 "국세청의 미래는 '인재양성'에 달렸다"며 권춘기, 강성태 국장 등을 연달아 교육원장에 임명하는 등 교육원의 위상을 한껏 고조시켰습니다. 한 국세청장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받아 교육원의 중요성을 틈나는 대로 강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한 국세청장의 이번 인사는 본인이 스스로 시인했듯 최고의 인재를 발탁, 교육원에 배치함으로써 핵심인재 양성 등 국세청의 미래에 대한 보험을 탄탄하게 들어놓겠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한편 국세청 감찰과장 출신인 김용재 과장의 전격적인 운영지원과장 발탁에도 의문부호들이 난무했지만 한 국세청장은 "조직을 위해 헌신하는 직원은 '나이'에 상관없이 발탁하겠다"는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김 과장은 1950년생으로 국세청 고유의 '명퇴제(2년 조기명퇴)'가 살아 있다면 올해 상반기 명퇴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이런 김 과장의 발탁은 퇴임 연한이 다가오더라도 조직을 위해 열심히 노력을 기울이는 고참급 서기관들은 그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중용'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풀이입니다.
결과적으로 김 과장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고참급 서기관들에게는 하나의 '경종'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