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몰도래 감면, 시행 2년 미만 제도 등 검토
농어업용 면세유·임투공제 등 덩치 큰 제도 포함
재정부, 신규 조세감면 신설은 원칙적으로 불허
정부가 소득공제·저율과세·세액공제 등의 방식으로 깎아주고 있는 세금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첫해부터 감세와 근본적인 세제개편을 중점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복잡한 조세체계를 단순화해 납세협력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한편, '넓은 세율'을 지향해 과세기반을 확충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정부는 매년 일몰이 도래하는 제도에 대해서만 정비 여부를 검토해왔지만, 이번에 발표된 조세감면 정비계획에는 모든 조세감면을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재검토한다는 게 특징.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비과세·감면제도는 총 219개, 22조7083억원 규모로 지난해 거둔 국세수입(161조4591억원)에 대비한 감면비율은 12.3%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감면제도뿐만 아니라 시행 후 2년이 경과하지 않은 제도, 감면규모가 큰 제도 등이 중점 검토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다만 연구개발(R&D), 설비투자 등 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지원제도는 지속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 올해 일몰도래‥中企특별세액감면 등 34개 대상= 정부가 우선적으로 검토하게 될 조세감면대상은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34개 제도.
이 가운데 농·축산·임·어업용 기자재에 대해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하는 제도와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은 지난해 각각 1조원이 넘게 지원됐다.
그러나 이들 조세감면의 경우 농·어민들의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벤처·중소기업 지원 및 성장동력 확충 등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거스르기 힘든 만큼, 정비하기가 다소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지방이전 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 에너지절약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기업 어음제도 개선을 위한 세액공제 등 매년 수백억원대의 조세감면이 이뤄지는 제도들도 올해 일몰을 앞두고 있다.
□ 시행 후 2년이 경과하지 않은 제도 '집중 점검'= 재정부는 시행 후 2년이 경과하지 않은 환경보전시설 투자세액공제 등 35개 제도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서비스업 종부세 저율과세(관광·휴양업에 대해 200억원 초과시 0.8%세율)를 비롯해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저율과세(5억원 공제 후 10% 세율) 등은 아직 시행기간이 짧아 그 실효성에 대한 분석이 덜 된 상태.
특히 금 관련 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특례를 비롯, 고금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 등의 제도는 탈루가 많은 금시장의 특성상 조세지원 규모를 추정하기 곤란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
또한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성실사업자에 대한 의료비·교육비 공제와 문화접대비에 대한 추가손비 인정 등의 제도 역시 중점 검토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재정부는 "신설 제도에 대한 지원타당성 및 실효성 여부를 보다 심도있게 검토해 강화 또는 축소·폐지 문제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농어민 면세유, 임투공제, 신용카드 공제 등 거대 감면 '재검토'= 연간 지원규모가 1000억원을 넘는 조세감면제도 역시 중점 검토대상에 담겨 있다.
매년 2조원대의 조세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농어민 면세유 제도를 비롯해 대표적인 경기조절용 제도인 임시투자세액공제(사업용 자산 투자금액의 7%세액공제),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등 1조원이 넘는 제도 등이 포함됐다.
또한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농지대토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기부금 손금산입, 세금우대종합저축에 대한 과세특례, 장애인용 승용차 개별소비세 면제 등도 모두 1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조세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과세·감면제도는 농어민 지원, 성장동력 확충, 세원투명성 제고 등 정책적 목적이 뚜렷하고, 제도의 혜택을 받는 각계 이해관계도 얽혀있어 정비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올해 감세정책을 추진하면서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정비해 과세기반을 확충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개별 제도를 살펴보면 본연의 취지가 분명하고, 각계에서 요구하는 의견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 정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성장동력 확충 제도는 유지‥신설은 원칙적 불허= 재정부의 조세감면 정비원칙에 따르면 국제적 기준에 비해 과도한 지원제도는 우선 정비하고, 실효성 없이 납세협력비용만 초래하는 제도 역시 정비대상이다.
다만 R&D와 기업 설비투자 확대 등 신성장동력 확충을 지원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지속한다는 게 재정부의 방침.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기술이전소득에 대한 세액감면, 임시투자세액공제,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 등의 제도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재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등 중소기업 성장을 통한 동반성장 달성을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기존 감면에 대한 축소·폐지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신규감면의 신설은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한편, 민간업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추진해 그 효과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도록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재정부는 강조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조세지원 전에 민간업계의 자구노력 여부를 평가해 그 결과를 기초로 감면여부와 감면수준을 결정할 것"이라며 "조세감면 조치는 관련 업계의 경쟁력 제고조치와 패키지(package)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