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검사부서를 통합하고, 금융소비자와 관련된 부서를 확충하고, 금융지주회사는 따로 감독·검사할 요량으로 별도로 국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의 부원장·부원장보 체제도 본부장 책임제로 바뀌게 된다.
원장 직속으로는 '변화추진기획단'을 설치했고, 모든 국에 '서비스'라는 용어를 붙인 것도 변화하려는 금감원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금감원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거의 한달 째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금융공기업 CEO 재신임 이라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위원회 산하 금감원 부원장으로까지 불똥이 튀었기 때문.
이런 분위기에 맞춰 작년 8월에 임명돼 보직에 오른 지 1년이 안 되는 인사까지 포함해 금감원 부원장 2명과 부원장보 7명이 일괄사의를 표명했으며, 이어 김종창 금감원장은 부원장 후보들을 금융위에 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부원장 인사는 금감원장이 금융위에 제청해 최종 임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부원장을 제청하기는 했는데,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며 "우리도(금융위) 인사가 결정되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지만 금감원은 우리보다 더 한 거 같다"며 답답해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청와대와 우리가 조율해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청와대는 산은 총재랑 같이 인사를 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처럼 부원장 인사가 '재신임'이라는 복병으로 길어지면서 당연히 조직개편의 기둥인 국장, 팀장, 팀원 등의 인사 또한 기약없는 형국으로 빠져들었고, 한마디로 금감원 전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이런 금감원은 특히 언제 인사가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장검사를 20일씩이나 나가야 하는 종합검사를 미루는 모습도 목격되곤 한다. 현장검사에 나가있는 동안 담당자가 바뀌게 되면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
이와함께 금감원은 옛 금감위가 빠져나간 사무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사를 하거나, 이사를 준비하기 위한 자재들이 사무실 밖에 몇 주 째 아무렇게나 놓여있어 뒤숭숭한 분위기를 상징처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인사가 어떻게 될지 몰라 이사를 하기에 애매한 부서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가 나온다해도 질질 끌다가 나온 인사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친화적인 정책으로 금융선진국을 만들겠다는 정부에서 유독 인사만큼은 '재신임'이라는 이름으로 반시장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