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대출시 주의 다했으면 신보가 보증책임"
기업이 상업어음을 발행해 대출을 받을 경우 신용보증기금이 채무를 보증키로 약정한 상황에서 그 회사가 다른 어음으로 대출받은 사실이 드러났어도 금융기관이 대출과정에서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다면 신보가 보증책임을 진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기존 판례는 금융기관이 주의 의무를 다해 상업어음 여부를 조사하고 대출했는데 이후 상업어음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신용보증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만큼 신보는 보증책임이 없다는 것이지만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변제한 기업 채무를 회사와 연대보증인 등이 갚으라"며 G사의 보증인 성모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구상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보증인들이 일반 대출 채무는 갚고, 어음할인 대출 채무는 갚을 필요가 없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은행이 대출 당시 주의를 제대로 기울였는지 좀 더 확인해 보라는 취지다.
G사는 2001~2002년 신보와 3회에 걸쳐 신용보증 약정을 맺었다.
내용은 G사가 금융기관 대출을 받은 뒤 갚지 못해 신보가 대신 갚는 경우 G사는 신보에 변제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성씨 등은 연대보증인으로 나섰다.
G사는 은행에서 1차로 1천900만원을, 2차로 1억4천만원을, 3차로 상업어음을 발행해 대출하는 형태로 2억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G사의 부도로 신보가 대출금 2억1천961만여원을 갚은 뒤 소송을 냈다.
1심은 1ㆍ2차 약정에 따라 신보가 갚은 채무는 피고들이 변제하라고 판결했다. 3차 약정에 따른 채무는 양측 주장이 맞섰다.
신보가 G사와 맺은 신용보증서 특약에는 `정상적 영업활동에 수반해 발행된 상업어음 할인에 대해 보증책임을 부담한다'고 돼 있는데 대출 당시 G사는 상업어음이 아닌 융통어음(상거래 없이 오직 자금융통을 위해 발행한 어음)을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보는 "그래도 보증인들이 갚으라"고 했지만 성씨 등은 "상업어음만 보증책임을 진다"고 맞섰고, 법원은 "대출 당시 어음은 상업어음이 아니므로 원고는 보증책임이 없고, 따라서 구상권(다른 채무자에게 상환을 요구할 권리)을 청구할 수 없다"며 피고측 손을 들어줬다.
2심도 "특약은 대출 어음이 상업어음이 아니면 그 채무는 신용보증 대상이 아니고 보증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라며 "신보는 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1심과 같이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금융기관이 상업어음으로서 할인한 어음이 사후에 상업어음이 아님이 드러났다고 해도 대출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신보가 보증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은행이 당시 상업어음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의 의무 위반이 없었는지 살펴야 했다"며 다시 심리ㆍ판단하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