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합격 후 K-GAAP 교육해도 무방
2010년부터 공인회계사 시험에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이 출제되는 가운데 3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K-IFRS 출제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원탁회의에서는 K-IFRS만 단독으로 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날 원탁회의의 핵심 과제는 CPA 시험과목 중 회계학(1차)과 재무회계(2차)에 대해 K-IFRS만 단독으로 출제할 것인지, K-IFRS와 K-GAAP을 혼합해 출제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
참석자의 대부분은 K-IFRS가 K-GAAP보다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라는 점과 회계사시험이 바로 회계감사 등의 실무에 투입할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회계사의 기본 능력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계사 자격기준과 회계감사 범위를 일치시킬 필요가 없어 K-IFRS만 단독 출제해도 무리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K-IFRS만 출제될 경우 수험생과 학교 및 시험문제 출제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는 반면, 회계실무시 알아야 할 K-GAAP을 알지 못해 이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게 된다.
K-IFRS와 K-GAAP을 혼합 출제할 경우 회계사 선발기준과 회계실무를 일치시킬 수 있지만, 수험생과 학교 및 시험문제 출제 오류 등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시험 출제안은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시험위원회의 심의 의결과 금융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오는 21일 최종 공표될 예정이다.
□2010년 K-IFRS 단독 출제돼야= 원탁회의에 참석한 윤태화 경원대 교수는 "K-IFRS를 단독으로 출제하는 것에 찬성한다"며 "회계사 시험이 완전한 실무능력을 가진 회계사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회계사의 출발점이다"고 밝혔다.
유재규 성도회계법인 부대표는 "만약 비상장회사의 회계기준이 IFRS For SME 변형되는 형태가 도입되면, K-IFRS와 다를 게 없다"며 "회계사 시험은 실무 적용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 소양과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신현걸 건국대 교수는 "내년에 비상장회사의 K-GAAP이 제정되는데 비상장기준서와 K-IFRS의 차이점이 얼마나 큰가에 따라 K-IFRS의 출제비중이 달라질 것"이라며 "K-IFRS만 알면 K-GAAP을 아는데 무리가 없다면 두 가지를 동시에 출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갑재 삼일회계법인 상무는 "과거에는 전문성 있는 회계인력이 필요했는데, 앞으로는 국제적인 회계인력이 필요해 회계처리에 있어서의 판단, 경제 및 IFRS에 대한 이해도, 외국어 능력 등의 일반소양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K-IFRS가 단독으로 출제될 경우 실무적으로 모의고사를 배포하는 등 K-IFRS에 따른 시험문제가 얼마나 달라지게 될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찬홍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은 "회계사 시험의 대부분이 계산문제이고, 암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K-GAAP에 따른 문제와 K-IFRS에 따른 문제가 얼마나 달라질지 의문이다"면서도 "회계사 시험 합격 후 연수기간에 K-GAAP을 집중적으로 교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계사 시험 출제자인 정영기 홍익대 교수는 "만약 K-IFRS가 단독 출제된다면, 토익이나 토플처럼 수험생과 시험 출제 위원 등을 배려한 모의고사를 만들어 교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는 "왜 이렇게 회계처리를 해야 하느냐를 시험 문제로 출제를 하는 것이 좋지만, 일단 시험 문제가 어려워지고, 출제자의 어려움도 있다"며 "하지만 연구를 통해 이런 쪽으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상임 수원대 교수는 "회계사 제도는 회계감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공인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회계사 기준과 회계감사 범위를 일치시켜야 한다"며 "두 가지를 동시에 출제하면 수험생, 학교측의 부담과 시험 문제 출제의 오류가능성이 있지만, 자격 취지에 부합하게 시험 문제가 출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법개론, 세법·회계감사 과목은?= K-IFRS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회계사 시험의 세법개론(1차)과 세법·회계감사(2차) 과목을 어떻게 출제할 것인지도 논의됐다.
이 세 과목의 경우 시험문제로 제시되는 회계처리 상황을 어떤 기준(K-IFRS 또는 K-GAAP)으로 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또한 K-IFRS 도입에 따라 세법개론, 세법·회계감사 관련 세법, 회계감사 기준이 개정될 수 있으나, 시험문제는 시험일 전일까지 시행된 법령 및 회계감사기준으로 출제된다.
만약 K-IFRS만 단독으로 출제된다면, '회계처리결과'를 시험문제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주로 출제하되, K-IFRS 적용을 전제로 '회계처리 상황'을 제시하는 방식이 출제될 수 있다.
'회계처리결과'는 '회계기준'을 고려하지 않고 시험문제를 풀 수 있으나, '회계처리 상황'은 제시되는 특정 '회계기준'을 이해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다.
반면 K-IFRS와 K-GAAP이 혼합돼 출제되면, '회계처리결과'를 시험문제로 제시하는 방식을 주로 출제하되, '근거가 되는 회계기준(K-IFRS 또는 K-GAAP)을 구분 명시해 '회계처리 상황'을 제시하는 방식이 출제된다.
(용어해설) K-GAAP= K-IFRS를 제외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의 회계처리기준을 말하며, 쉽게 말해 비상장회사의 회계기준으로 2009년까지 간명하게 개정될 예정이다. 이는 K-IFRS를 채택하지 않은 외감 대상기업에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