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협정관세 적용 혜택, 사후심사 추징부담도 해소"
현재 한-칠레FTA(2004.4.1)를 시작으로 한-싱가포르FTA(2006.3.2), 한-EFTA FTA(2006.9.1), 한-ASEAN FTA(2007.6.1)가 발효됐고, 지난해 6월30일 한-미 양국이 서명한 FTA협정은 국회의 검증 및 비준동의 절차가 남아 있다.
그리고 EU 및 캐나다, 인도 및 멕시코 등과는 FTA 또는 이와 유사한 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 경우에는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멀지 않는 장래에 교역의 대부분이 FTA체제하에 이루어질 전망이다.
상품측면에서 FTA(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는 체약국간 자유무역지대를 마련하여 무역을 촉진하고 협정과 국내법령에서 정한 조건 하에 협정관세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협정관세를 적용한 물품에 대해 통관 후 협정관세 적용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해 세관에서 심사(원산지심사)를 하게 되는데 이 때 협정과 국내법령에서 정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밝혀져 세금을 더 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07년에 FTA 원산지 심사 관련 추징금액이 67억8000만원이 발생하였고 올해도 원산지 심사로 인한 추징금액이 늘어나고 있다. 추징이 발생하는 사유는 협정관세를 적용할 때 지정된 품목번호를 잘 못 적용하거나, 유효하지 않은 원산지증명서를 가지고 협정관세를 적용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원산지심사 후에 제기하는 '불복청구'보다는 협정관세 적용대상 물품의 수입 전에 하는 '원산지 사전심사' 신청제도가 절차 및 비용 측면에서 보다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원산지 사전심사'는 협정관세의 적용에 기초가 되는 사항으로서 원산지결정기준의 충족여부 등에 의문이 있는 자가 당해물품 수입 전에 미리 심사하여 줄 것을 신청하는 제도이다.
이를 신청할 수 있는 자는 우리나라에 있는 수입자만이 아니고 체약국 소재 수출자 또는 생산자도 가능하고 관세사에게도 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심사대상은 당해 물품 및 당해 물품의 생산에 사용된 재료의 원산지에 관한 사항, 당해물품 및 당해물품의 생산에 사용된 재료의 품목분류·가격 또는 원가결정에 관한 사항, 당해 물품의 생산·가공 또는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의 산정에 관한 사항, 그 밖에 협정관세의 적용 또는 관세면제에 대한 기초가 되는 사항이다.
원산지 등에 대해 사전심사를 받고자 하는 자는 원산지 사전심사 신청서에 거래계약서, 원가계산서, 원재료내역서, 공정명세서 등 신청내용에 대한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첨부하여 3만원의 수수료와 함께 관세청장에게 신청하면 신청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사전심사서를 발급받게 된다.
세관장은 수입자가 사전심사서에 따라 협정관세의 적용 등을 신청하는 경우 수입신고된 물품의 내용이 사전심사서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사전심사서 내용에 따라 협정관세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원산지증명서 없이도 특혜관세를 적용받아 통관이 가능하고 통관 후에 해당물품에 대해서는 원산지관련 사후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된다.
원산지 사전심사대상에 대한 사실 관계 또는 상황 변경 등이 있는 경우에는 사전심사서의 내용이 변경될 수 있으나, 신청인의 자료제출 누락 또는 허위자료 제출 등 신청인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급 적용되지 않으며, 변경일 이후에도 한-싱가포르FTA 적용대상물품은 60일, 한-칠레FTA 적용대상물품은 90일간 변경된 내용의 적용을 유예받을 수 있다.
협정을 비교해 보면, 한-칠레FTA, 한-싱가포르FTA, 한-미FTA에서는 원산지 사전심사 제도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나, 한-EFTA FTA, 한-ASEAN FTA에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원산지 사전심사를 통해 FTA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FTA체약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에까지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미FTA 발효에 맞춰 원산지 사전심사 신청범위가 '원산지국가 표시, 환급, 선착순 세율적용 등' 으로 확대되고, 유효기간도 없어지며, 기업비밀 이외 사전심사 결정내용은 인터넷에 공표되고, 사전심사 결정사항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가 마련되는 등 신청자 편의중심으로 제도 운영이 이루어 질 예정이다.
또한 관세청에서는 원산지 사전심사 제도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관세법상 '원산지 사전확인'제도의 규정 및 절차를 정비하고, 원산지 사전심사 실무협의회를 구성하여 전문기관 간 일치된 기준에 따라 신속히 판정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FTA 등 특혜세율 적용물품을 수입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원산지증명서 없이도 특혜를 받을 수 있고, 통관 후에도 원산지심사와 관련하여 추징의 위험이 해소될 수 있는 '원산지 사전심사'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FTA 체제하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슬기로운 대처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석환 관세청 원산지심사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