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품 들고 여행하는 대한민국 국민들-①

'입국장 면세점' 설치문제 또다시 수면위로
내국인 이용 차단 않겠다면 입국장에 설치해야 '실용적'

◆‥해외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는 인천공항 출국장의 한 면세점

세계적인 규모와 서비스를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에 가보면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들로 북적이는 면세점이 눈에 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06년 한해동안 공항, 시내 등 각종 면세점을 이용한 면세점이용객은 1762만명에 달하며 이 중 81.9%가 내국인이다.

출국 여행자가 외국으로 반출하는 조건으로 면세물품을 구매할 수 있고, 내국인도 출국할 때에는 3000불까지 구매를 할 수 있다는 현행 관세법 덕에 우리 국민들은 3000불 이내에서 자유롭게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

문제는 이들 내국인들이 대부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사람들이라는 점과 나갈 때만 이러한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다수의 내국인 해외여행객들은 출국시 양 손 가득 구매한 면세품들을 여행이 끝나고 돌아올 때까지 들고 다니다가 입국시 그대로 들고 들어오는 '비실용적 행위'들을 반복하고 있다.

□ 비실용적 행위의 반복, 언제까지 되풀이?= "해외여행 후 돌아올 때에는 왜 면세점에 못 들어가는 것일까?" 많은 해외여행객들이 한번쯤 갸우뚱 해 봤을 물음이 아니었을까.

어차피 가지고 들어올 물건을 여행을 다니는 내내 들고 다니다가 입국할 때 다시 들고 들어오는 이런 행동은 누가 봐도 비실용적이다. 그 어느 때보다 '실용'을 강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면세점 실태는 그렇지 못 하다.

해답은 면세점의 근본 설치목적에 있다.

면세점은 관광진흥법과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마련됐으나 내국인도 출국할 경우 외국인과 같이 면세점 구매가 가능해 많은 내국인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 거의 필수코스로 들르는 곳이 됐고, 정부는 3000불이라는 구매한도와 400불이상은 과세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면세점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법 자체가 '출국 여행자가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출국장(공항)에만 설치돼 있는 것이 현재의 '출국장 면세점'이다.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편리를 위해 시내에서도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시내면세점도 곳곳에 설치돼 있지만, 내국인들이 이용할 경우에는 시내면세점에서 구매한 물품이라도 출국을 전제로 구매결제만 한 후 출국장 면세점의 동일한 브랜드매장에서 물건을 찾아가는 방식으로만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별반 차이는 없다.

그러나 외국인 이용을 위한다는 이같은 면세점 설치의 취지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미 상당수의 내국인들에게 보편화 돼 있는 면세점이용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을 것이라면, 현재의 비실용적인 면세점 운용정책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인천공항 설계당시부터 포함된 공항여객터미널 1층에 있는 '입국장 면세점' 예정지역

□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입국장 면세점 설치문제= 면세점 이용에 대한 불합리함과 비실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각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입국장 면세점'의 설치이다.

출국할 때 '출국장 면세점'에서뿐만 아니라 입국할 때에도 '입국장 면세점'에서 면세품을 살 수 있도록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입국장 면세점'을 선택할 것이다. 어차피 가지고 들어올 물건을 나갈 때 구입해서 굳이 여행 내내 들고 다닐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2003년 말 한국 갤럽이 만20세 이상의 성인 1030명을 대상으로 입국장 면세점의 설치필요성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우 필요하다'(24.9%)는 응답과 '어느 정도 필요하다'(52.0%)는 응답 등 설치에 찬성하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76.7%를 차지했다.

그러나 입국장 면세점은 이같은 장점과 여론을 등에 업고도 빛을 보지 못한 채 어느덧 10년 넘게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애물단지(?) 중의 하나다.

실제로 1994년 한국공항공단은 관세청과 교통부에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능 질의 및 관세법 개정과 관련한 건의'를 올렸고, 인천국제공항은 설계당시부터 입국장면세점을 포함해 설계를 했고, 현재 그 빈자리가 덩그러니 남아 있다.

세관감시업무의 증가 및 혼잡발생우려, 과소비조장 등을 이유로 관세청과 항공사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특히, 입국할 때 유일하게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항공사들의 반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2004년과 2005년에 연이어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위한 관세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통과가 무산됐다. 또 2007년 3월 한병도 의원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도 17대 국회가 종료됨과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2008년 18대 국회가 문을 열면 입국장 면세점 문제는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이 최근 또다시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위한 관세법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