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현대건설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내흔ㆍ김윤규 전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고의영 부장판사)는 19일 1997~1998년 1조원대 분식회계로 거액의 대출을 받고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기소된 이 전 대표와 김 전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김재수 전 현대건설 부사장에게도 같은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회계분식으로 거액의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차입경영을 계속하다가 결국 현대건설이 부도에 이르게 했고 나아가 부실한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도록 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현대건설을 위한다는 의도로 범행을 실행했고 사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며 집행유예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계분식도 고(故) 정몽헌 회장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이고 현대건설이 부도에 이른 근본적 원인은 장기간 누적돼 온 차입경영으로 인한 것이어서 경영진 재임 기간이 길지 않은 피고인들에게 전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또 회계분식의 규모가 현대건설 매출액과 비교할 때 매우 크다고 볼 수는 없고 분식회계로 인한 피해의 상당 부분이 현대건설의 정상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회복됐다는 점을 들어 1심의 실형이 무겁다고 봤다.
이 전 대표와 김 전 부사장은 1997년 1조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715억원을 대출받아 1조108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로, 김 전 대표는 1998년 1조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2천228억원을 대출받아 회사채 9천375억원을 발행하고 3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자민련 후원금으로 전달한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건전한 기업문화 발전을 위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고 거액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엄히 처벌해야 한다"며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