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제실장→조달청장→교수→증권맨-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공직에서는 갑(甲)이었지만, 기업인은 을(乙), 이제는 부탁해야 할 입장입니다."
국세심판원장,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등 경제부처의 요직을 두루 거친 후 대학 강단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아오다 최근 현대증권 대표이사에 화려하게 데뷔한 최경수 전 세제실장의 일성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현대증권 본사사옥에서 조세일보 기자와 만난 최 사장은 "지난 30여년 동안 정통 경제관료로서 경제분야의 주요 자리를 거치면서 쌓아온 경험과 금융기관 사외이사로서의 금융업에 대한 이해도 대학 강단에서의 경험 등이 적임자로 판단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과 민간에서 느낀 차이에 대해 "공직에 있을 때는 갑의 입장이었고, 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였지만, 기업인이 돼 보니 을의 입장"이라며 "모든 것을 다니면서 부탁해야 할 입장이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오랜 공직 경험이 현대증권의 파이를 키우는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달청장 재직 당시 전면적인 팀제를 도입하는 등 조직혁신에 나선 결과 '정부업무평가 우수기관, '정부혁신평가 선도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추진력과 비즈니스적 혁신마인드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경쟁이 격화되는 증권업계의 CEO로서 필요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IMF 구제금융때 '바이코리아(Buy Korea)' 펀드 출시로 위기 조기극복의 단초를 제공했던 현대증권의 저력과 명성이 합쳐진다면 한국최고의 투자은행이라는 목표는 멀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우리나라 기업 가치 저평가‥해소는 시간문제"= 그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치가 동일한 분류로 분리되는 이머징시장(Emerging Markets)의 평가에 비해 아직도 90% 수준이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저평가 원인으로는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 라는 특수성외에 ▲기업의 지배구조 및 회계의 투명성 정도 ▲경제 및 금융시장의 안정성 정도 ▲투신 및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활성화 여부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지정학적 특수성을 제외하고 대부분 개선되었거나 개선 추세에 있어 시간의 문제이지 우리 기업들의 저평가 문제는 해소될 것이며, 특히 우리 증시가 1~2년 이내에 이머징시장에서 선진국시장으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제는 저평가 해소를 넘어 프리미엄을 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 "부동산보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유입 늘어날 것"= 그는 아직까지 국내에서의 가장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는 부동산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지만, 점차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대별로 볼 때 젊은 세대에서는 부동산보다 주식시장에의 투자가 장기적으로 유망하다는 인식이 최근 널리 확산되고 있고 선진국에서의 자산배분을 참고해봐도 부동산보다 주식투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자금의 이동은 궁극적으로 자산간의 기대수익률 차이에서 연유하는 만큼, 부동산과 주식간의 기대수익률이 자금 이동을 결정하는 변수이기 때문에, 주식시장 즉 기업에 대한 상대적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자산간의 상대적 기대수익률 차이가 중요하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하향 유도를 통해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것은 자산간의 기대수익율 차이 확대라는 점에서는 증시에 유리해 보이지만 경제 불안정성 확대라는 점에서 증시에도 악영향을 주는 만큼, 인위적인 자금 이동 촉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자본시장 통합법의 원활한 완성 및 정착과 선진국형 금융시스템의 확보 등도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을 촉발할 계기라고 덧붙였다.
□ "장기투자-대형우량주에서 대안 찾아야"= 그는 증권사 사장으로서 고객인 주식투자자들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우리 경제가 경기순환상으로 보면 순환상의 변동성이 작아지고 글로벌 경제의 성장 축이 다변화되면서 기업들의 이익 변동성도 축소되고 있어 과거와 같은 단기 매매 또는 단기 투자로는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이후 적립식 투자와 간접투자가 일반화된 이후 정착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어느 정도 장기투자에 대한 마인드가 형성되고 있고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오는 2010년 이후 퇴직연금제도의 개선으로 주식수요의 기반이 확충되고 40대~50대인구 증가와 함께 이들의 자산 구성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서 주식, 펀드 등 금융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도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강조했다.
장기투자에 있어서는 변동성이 큰 소형주보다는 변동성이 작고 이익 안정성이 높은 대형우량주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우리 주식시장 적정수준은 '2100P'= 그는 최근 세계경제에 대해 이머징시장의 성장이 지속되고, 2008년 하반기중에 국제유가는 수급 조절과 국제적인 달러화 가치 안정화 노력 등으로 하향 안정이 예상되며, 상반기 전세계 금융시장 불안의 단초를 제공하였던 미국의 주택시장도 4분기이후 바닥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점차 세계경제가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우리 경제도 하반기중 유가 및 환율 안정과 함께 경기소순환 사이클도 3분기 후반 상승 반전함으로써 세계경제의 안정된 흐름에 동참할 것이며, 주식시장도 조정을 마무리하고 상승으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치상으로는 하반기 중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15.1%, 26.9%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009년도에는 상장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08년대비 각각 7.5%, 12.% 신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정황을 기초로 주식시장의 적정 수준을 평가해 보면, 하반기 중 KOSPI의 적정 수준은 증권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MSCI KOREA 12개월 선행 EPS기준으로 성장과 위험의 경기중립수준으로 평가되는 PER 12.0배인 2100포인트가 적절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 주식양도차익 과세‥"공평과세가 원칙이지만, 아직 시기상조"= 과거 주식양도차익 과세의 적정성 문제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증권사 사장으로서 현행 세제를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다.
그는 "조세측면에서는 가장 중요한 게 공평과세로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게 원칙"이라며 "부동산이나 근로 등에 대한 소득은 과세하는데, 금융시장의 이자·배당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도 모두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양도차익 과세에 대해서는 "아직 기반이 취약하고 외국 사례도 봐야 하고, 국내 자본시장을 키워나간다는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여유를 가지고 봐야 한다"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한다고 해도 전면과세가 아닌 대주주 과세 강화로 하고, 소액주주는 계속 비과세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3년 후의 현대증권은?‥"매출 3배, 이익 2배 올릴 것"= 그는 취임 이후 2010년까지 3년간 현대증권을 이끌어나갈 계획을 세웠으며, 오는 20~21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내용을 설명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사업부문별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우수고객 관리와 리서치역량 제고를 통해 위탁영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자산관리, IB, PI, M&A, 해외사업 등 新성장동력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자하여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전체 수익성을 제고하는 한편,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허용되는 지급결제, 외환거래, 선물업, 집합투자업 등의 신규업무도 준비해 종합 금융투자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기로 했다.
이러한 영업력 확대정책을 통해 3년 후에는 현재보다 매출액을 3배 이상 늘리고, 세전
 |
이익도 2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 좌우명은 '주어진 여건에 최선을 다하자'= 그는 공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단지 현대증권을 대형 투자은행으로 키워보겠다는 욕심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저의 좌우명은 '주어진 여건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입니다. 공직 및 학교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현대증권을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하고,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프로필]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1950년 경북 성주 출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해 김천세무서 총무과장, 재정경제부(現기획재정부) 세제실 조세정책과장, 서울지방국세청 재산세국장, 재경부 재산소비세심의관, 세제총괄심의관, 국세심판원장, 세제실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을 지낸 '세금맨'이다.
지난 2005년 조달청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2006년 3월부터 계명대 세무학과 교수로 활동하다가 지난 4월 현대증권 사장에 취임했다.
주식양도차익의 적정과세에 관한 연구, 감세정책의 긍정?부정적 효과 고찰, 한미 FTA 협상과 자동차세 개편방향, 현행 조세제도의 변천과정과 개선과제에 관한 연구 등 다수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직도 함께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