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정밀화학이 최근 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잇따라 취득해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동부정밀이 최근 지분을 추가 확보한 계열사들이 작년에 적자를 기록한 회사여서 주주가치 제고라기보다는 '적자 계열사 편법 지원용'이라고 지적하는 반면 동부그룹 측은 그룹 계열사에 대한 동부정밀의 '지주회사 역할 강화' 차원이라고 반론을 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부정밀은 지난 20일 동부건설 주식 100만주를 198억여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동부정밀이 동부건설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 지분율은 9.95%로 확대된다.
동부정밀은 앞서 지난 5일에는 화학 및 반도체 업체인 동부하이텍 주식 619만6천81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523억여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동부정밀이 취득하기로 한 주식은 대부분 동부제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으로, 동부정밀은 인수주식 중 513만여주를 동부하이텍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신디케이트론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계열사 주식을 취득한 뒤 금융기관에 해당 계열사 채무에 대한 담보로까지 제공한 것이다.
동부정밀은 동부건설이나 동부하이텍 지분 취득 목적과 관련, 투자 및 추가지분 확보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부건설이나 동부하이텍은 작년에 영업손실이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계열사여서 '투자목적'이라는 회사측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32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당기순이익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동부하이텍도 작년에 152억원의 영업적자와 1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부정밀의 지분매입에 대해 "투자효과보다는 계열사에 편법 지원의 성격으로 볼 수도 있다"며 "지원에 나선 종목의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 경우 해당 주주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측은 동부건설이나 하이텍 모두 최근에 경영실적이 좋지는 않지만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상태여서 중장기적으로는 투자가치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동부측은 또 동부정밀화학의 지분 취득이 그룹 내 제조업 계열사들에 대한 지주회사로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동부정밀이 그룹 내 제조업 계열 지주회사로 탈바꿈을 염두에 두고 지분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부정밀은 작년 말 현재 동부건설 지분 6.88%을 보유하고 있고, 동부제철 지분율은 14.7%로 최대주주다. 또 이달 현재 동부하이텍 지분 17.4%를 보유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