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부당 환급' ↔ 정유업계 '법 해석 다시 하자' 재심의 청구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SK인천정유, S-Oil 등 5개 정유사들이 995억원에 이르는 감사원의 석유수입부과금 환수조치에 대해 '법 해석을 다시 해달라'며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들 업체들은 "감사원 감사결과는 오랫동안의 관행이 무시된 데다 법리적 관점을 정확하게 따지지 않은 것"이라며 지식경제부에 감사원에 재심의청구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고, 소관기관인 한국석유공사를 상대로 지난 5일 재심의 청구를 내는 등 공동대응하고 있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지난 3월 "5개 정유사 등이 지난 2001년부터 올 초까지 석유제품 생산에 소요된 원재료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1342억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을 과다하게 환급 받았다"며 시효가 지나지 않은 995억원을 한국석유공사가 환수하도록 조치했다.
당시 감사원은 "이들 5개 정유사는 또 나프타 부산물을 석유정제공정에 사용하고도 석유화학 원료로 사용한 것으로 꾸며, 석유수입부과금 163억원을 환급 받는 등 모두 1342억원의 국고를 부당하게 꺼내갔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모두 1382억원의 국고손실 중 1342억원을 차지한 5개 정유사의 경우는 특히 원재료를 부풀리는 수법을 썼기 때문에 탈세의혹까지 있다"며 "감사범위가 아니어서 살펴보지 못했지만, 세무조사를 한다면 탈세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관련 5개 정유사들은 "감사원은 퓨어가스를 관세환급에서 제외하고, 정제과정에서 수소가스를 원료로 쓴 것은 환급해주지 말라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부산물의 관세환급 여부는 법률 근거가 명확치 않아 자율적으로 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유사들은 "수소가스와 관련해서도 관련 법규가 제대로 없어 그냥 날려버리면 환급대상이 된다"며 "그것을 우리가 안 날리고 모아서 연료로 재활용하면 환급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감사원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직 석유공사로부터 재심의청구를 받지 않은 감사원은 완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감사원은 문제의 나프타를 석유화학제품에 썼다면 나름 석유수입부과금 환급의 명분은 있지만, 나프타를 석유정제과정에서 쓴 것은 명백히 환급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나프타를 석유정제과정에서 써서 속칭 '황'을 추출해서 기름의 퍽퍽함을 줄여 질을 높였다면, 이는 기름 값을 높게 받으려는 업계의 원가로 봐야지 석유수입부과금 환급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
나아가 감사원 내부에선 나프타를 석유화학제품에 썼을 때도 과연 그것이 정부보조를 뜻하는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대상인지도 의문스럽다며, 차제에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5개 정유사가 석유공사를 통해 재심의 청구를 하더라도 감사원이 이를 곱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을 전망이다.
이같은 기류 때문인지 정유업계 관계자는 "어쨌든 칼자루를 쥔 쪽은 감사원이고 감사원 결정에 대한 불만을 가진 듯한 인상을 주는 것조차 감사원에 눈치가 보인다"며 "재심의 청구가 불만표출이기 보다는 법리적 관점을 정확하게 따지자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정유회사 관계자는 "감사원 재심의 청구 결과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소송도 생각하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제출된 재심의 청구는 한달 이내에 감사원에 제출돼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석유공사는 감사원 청구에 앞서 현재 정유업계가 제출한 내용에 대한 심층적인 검토를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