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근접…우량주 투자 호기"
국내 증권시장이 고유가와 미국 신용위기, 경기둔화 등 `삼각파도'에 흔들리며 급락세를 지속해 바닥권을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기관들의 손절매 물량이 쏟아지며 손절매가 손절매를 부르는 악순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통화량 긴축을 시사하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개선 추세를 감안할 때 최근 주가하락은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심리적인 위축상태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어 추가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일 42.86포인트(2.57%)나 떨어진 1,623.60에, 코스닥지수는 23.98포인트(4.13%) 급락한 556.79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중순 장중 1,900선을 돌파했던 국내 증시의 경우 2개월째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장기 상승랠리 피로에 불확실성 겹쳐 조정중 =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최근 조정은 지난 2003년 이후 5년 간의 장기 상승랠리에 따른 피로 누적과 불확실한 증시환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증시는 5년 간 장기랠리 후 휴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국제유가의 상승과 미국 신용위기, 경기둔화라는 악재가 돌출되며 조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증시는 중장기적으로도 예전처럼 강한 상승세로 나아가기보다는 전고점과 전저점 사이를 오가는 박스권 움직임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2003년3월 7,500선에서 작년 10월 14,000선으로 2배로 올랐고,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500선에서 2,000선으로 4배로 급등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지난 5년 간 가파른 랠리를 펼쳤다.
특히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005년 6월 998에서 작년 10월 6,124까지 불과 2년만에 6배로 뛰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부장은 "최근 증시의 조정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뿐만 아니라 과거 전례 없는 5년 간의 장기 랠리에 대한 조정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 기관 손절매, 긴축 우려도 하락 부추겨 = 기관투자가들은 주가가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매도하는 손절매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최근 증시하락세는 손절매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날 프로그램 매수는 6천377억원어치가 유입됐지만 기관은 전체적으로 5천53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데 그쳐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사실상 기관은 순매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국내 증시의 낙폭이 다른 아시아국가들에 비해 낙폭이 컸던 것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관마저 손절매에 가담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2008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통화량 증가가 수요측면에서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부분도 긴축을 가장 싫어하는 증시에 하락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관련주나 IT 등 주도주들의 낙폭이 상당히 큰 것은 기계적으로 털고 가는 기관들의 손절매 물량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식으로 기관의 매물이 나오면 2~3일 정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1,600선 사수도 낙관 못해 = 미국과 유럽, 대만 등 글로벌증시가 연초 전저점을 모두 하향 이탈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탄탄한 흐름을 보여온 국내 증시도 연초 저점인 1,600선이 붕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우존스지수는 6월 12,000선이 무너진후 연초 저점인 11,660선을 하향 이탈해 2006년 8월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고, 프랑스CAC지수도 6월 하순부터 연초 저점 아래로 밀리기 시작해 이날 새벽 4,307로 마감함으로써 2005년 10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대만지수가 이날 7,437선에서 횡보하며 연초 저점 밑으로 살짝 벗어나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도 그동안 잘 버텨왔으나 최근 반등의 실마리를 못찾고 하락세를 거듭해 연초 장중 저점인 1,530선은 물론 종가기준 저점인 1,570선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LG전자, 하이닉스, 현대차 등 국내 증시 간판종목들은 경기선으로 불리는 12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해 확실한 바닥권의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 한 계속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의석 부장은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글로벌 증시 여건이 워낙 악화돼 있어 섣부르게 저점매수에 나서라고 제안하기가 힘들다"며 "1,600선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낙폭과대 대형주 관심가져볼만" = 증시가 산적한 악재들로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우량주식들을 싸게 살 수 있는 호기라며 저가매수를 외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미국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가 6월 50.4로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을 근거로 글로벌증시의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소비자신뢰지수가 60이하로 떨어진 후 3~6개월뒤 주가가 100% 올랐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주식을 매도하기보다는 낙폭과대 우량주들에 대해서는 저가분할 매수에 나서라는 제안이 많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식을 매수한다면 추가하락 위험을 배제할 수 없지만 크게 하락할 가능성보다는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어느정도 위험을 감수한다면 IT,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러나 손실을 싫어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조금 더 기다리는 전략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상승과 하락 가능성이 혼재하고 있지만 하락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결정은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있어 지금은 주식을 포기하기보다는 매수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현물을 계속 매도하고 있지만 현물시장에 앞서 움직이는 선물시장에서는 매수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도 향후 증시의 반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