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최근 3년 부채 153조원 증가
대기업들이 빚을 내 몸집을 불리는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를 틈 타 대기업들의 `문어발 경영'이 부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물론 차입 경영 확대가 물가를 자극하는 시중유동성 급증의 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들어설 경우 대기업들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올 1~5월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10조9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1조7천억원의 6.4배에 달했다.
이는 올 1~5월 중소기업대출 증가액이 28조3천억원으로 작년 동기 29조3천억원보다 소폭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대기업들이 주로 인수.합병(M&A)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건설, 하이닉스, 산업은행 등 구조조정기업의 매각과 공기업의 민영화를 앞두고 대기업들이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를 완화하고 보험.증권지주회사에 제조업 자회사를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M&A의 유인이 더 커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차입 경영을 확대하면서 빚 부담도 커지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가 10대 그룹의 부채비율(제조업 상장 계열사 기준)을 조사한 결과, 작년 말 81.86%에서 올해 3월 말 86.84%로 상승했다. 한화의 경우 138.83%에서 143.3%로 높아졌다.
대기업 전문분석업체인 재벌닷컴에 따르면 30대 그룹 계열사의 부채총액은 2005년 3월 말 403조4천42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556조7천360억원으로 38% 급증했다.
이중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초대형 M&A 에 성공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같은 기간 부채총액이 22조1천740억원으로 96.4%나 늘어났다. 30대 그룹의 계열사는 지난 3년 사이에 843개로 179개가 불어났다.
금융당국은 향후 경기위축이 심화될 경우 기업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기업대출 확대가 시중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고 물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M&A와 관련한 대출은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이 M&A 자금을 빌려줄 때 해당 기업의 상환 능력과 유동성 문제를 면밀히 검토한 뒤 이뤄지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최근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재벌의 무분별한 M&A 시도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따라서 향후 기업결합 심사 때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지금은 경기가 안좋은 쪽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대출을 늘릴 것이 아니라 관리를 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기업과 은행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