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기관장 교체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KB금융회사 회장으로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내정되면서 금융권이 더욱 시끄러워지고 있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황영기 전 회장이 KB금융회사 회장으로 뽑히자 국민은행 노조는 이명박 후보 대선 캠프 유공자라는 배경을 앞세워 무혈입성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으름짱을 놓고 있다.
이에 앞서 정연태 코스콤 사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과 자격 시비에 휘말렸다가 취임 6일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정 사장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측의 자문교수진으로 활동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보기술(IT) 태스크포스팀 상임위원으로 일한 이력 때문에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증권선물거래소 노조는 정 사장이 한국멀티넷 재임시절 업무상 떠안은 부채들에 대해 개인파산과 면책 신청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들어 '낙하산 인사라고 해도 지켜야할 선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에서도 하나은행 부행장을 지낸 김준호 감사가 고려대와 영남지역 출신으로 '고ㆍ소ㆍ영'에 해당한다며 노조가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 안택수 전 한나라당 의원 내정설이 도는 것도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안 전 의원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다지만 신보와 직접 연관된 경력은 없다는 점에서 '3배수 후보군' 압축 과정에서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구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안 전 의원이 이번 총선에 공천을 받지 못한데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 밖에 기술신용보증기금는 재공모 지시를 받았고 주택금융공사와 한국투자공사(KIC), 수출입은행은 수개월째 공모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사유가 청와대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인사가 없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돌고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낙하산 논란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당장 국민은행 이사회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국민은행에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데 정부측의 의견에 영향을 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KB금융회사의 경우 강정원 현 행장과 황 회장이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다가 회장과 행장을 분리해야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황 회장이 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보에서도 안 의원이 국회 재경위에서 활동하면서 신보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단순히 낙하산 인사라고 치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신보 내부에서는 기보와 통합 문제를 앞두고 실력자가 오는 것을 반기는듯한 분위기도 있다.
기업은행도 김 감사가 행시 출신으로 감사원에서 근무 경력 등을 감안할 때 감사로서 능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