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이 되면 정부의 조세정책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세제개편안'이 발표된다. 올해는 경제대통령 그것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 즉 MB노믹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감세와 조세개혁조치'를 담은 대대적 세제개편안이 나올 전망이다.
이같은 올해 세제개편의 실무'지휘자'인 이희수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현재 세제실의 4관-14과 직원들과 함께 연일 회의를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참여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관세국장, 조세정책국장, 국세심판원장 등 조세분야의 주요 요직을 거친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초대 세제실장으로 화려하게 MB경제팀 핵심으로 부상했다.
국제적인 감각과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어 감세를 주축으로 하는 새 정부의 정책을 무난히 이끌 적임자로 그 만한 인물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나온 유류세 인하, 고유가 대책, 법인세율 인하 등 굵직한 조세정책들이 모두 그의 주도아래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현재 세제개편안 발표를 한달여 앞두고 전 세목에 걸친 대대적 개편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각계 의견수렴을 마치고 최종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MB 초대 세제실장‥깐깐하지만 뚝심도= 이명박 정부의 초대 세제실장인 그는 통계에 밝고,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원들이 보고를 하면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면서 분석적으로 토론하고, 한번에 'OK'를 하는 일이 드물 정도로 깐깐한 면도 지니고 있다.
다만 옳다고 판단되면 즉시 밀어 부치는 뚝심도 지니고 있다는 평이다. 그가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국장 시절 내놓은 다자녀 공제 폐지 및 소수자 추가공제 도입, 의료비 소득공제 확대 등의 방안은 발표 당시 논란이 많았지만, 특유의 추진력으로 무난히 제도를 정착시켰다.
아울러 그가 발빠르게 추진한 국내펀드 비과세 및 역외펀드 과세방안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례적으로 국회 재경위원의 칭찬을 받기도 했다. 당시 국감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즐거워했고, 이후 신임이 더욱 두터워졌다는 후문이다.
세제실장 출신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그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정도로 '뭔가 특별한 게 있는' 인물이다.
□ '세금교사', 'CEO형', 그리고 '조세의 아버지(?)'= 이 세제실장은 유난히 별명이 많은 인물로 통한다.
참여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국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권 부총리의 '세금교사'로, 국세심판원장 재임 시절에는 'CEO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파푸아뉴기니(PNG)에서는 '조세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그가 90년대 중반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할 당시 PNG의 전담 재정자문역을 수행하면서 쓴 조세 관련 보고서는 그 나라의 조세교과서로 읽히고 있다고 한다.
그는 IMF에서의 마지막 출장 당시 PNG 산호초 섬에서 스노클링(Snorkeling)을 할 때 본 남태평양의 때묻지 않은 바다 속 풍경을 두고 "용궁이 따로 없었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였다고 회고했다.
□ "올해 세제개편안, 거창한 구호는 부담"= 요즘 그에게는 고유가 대책과 올해 세제개편안이 최대 고민거리다.
지난달 사상 유례 없는 10조5000억원 규모의 고유가 대책을 내놨지만, 지원방안에 대해 여론과 민심은 별로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세계잉여금 등 남는 돈을 탈탈 털어서 만든 대책인데, 제대로 알아주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내달 20일경 발표 예정인 세제개편안도 그동안 '근본적 세제개편' 혹은 '조세개혁 수준의 대폭 개편'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앞서있어 다소 부담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방안도 몇 개 정도는 담길 것이라며 내심 자신감도 내비쳤다.
요즘은 세제개편작업 때문에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훗날 공직을 그만두면 젊은 시절 고시공부를 했던 전북 고창 선운사 도솔암에서 생활하면서 책이나 마음껏 읽고 집필·기고활동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다.
□ [프로필] 경제학 박사…납세자권리구제 한단계 업그레이드
1955년 전북 옥구 출생으로 전주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와 미국 워싱턴대에서 각각 행정학 석사 및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1980년 재무부 국세심판소에서 사무관 생활을 시작했으며, 재정경제부 세제실 조세지출예산과장, 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등을 거쳐 경제부총리 특별보좌관 및 駐뉴욕총영사관 영사를 지냈다.
지난 2005년 관세국장(당시 관세심의관)으로 세제실에 복귀한 후, 2006년 조세정책국장을 맡아 소수자 추가공제 도입, 의료비 공제확대 등 굵직한 조세정책을 입안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당시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세심판원장을 맡아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 제도'와 '소액심판 사건 신속 처리제' 등을 도입하는 등 납세자권리구제방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지난 3월부터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배우자 황지혜(49세)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고, 취미는 바둑(아마 5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