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서 세무조사 행정을 집행하는 국세공무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감찰일 것이다.
국세청 감찰조직은 어느 정부부처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돈(세금)의 흐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국세행정이 '돈'과 관련된 비리행위에 필연적인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감찰담당관실은 전국 2만명 국세공무원들의 업무실태를 감찰·감독하는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부서. 두려움이 큰 만큼 조직원들에게 가장 '미운털'이 박힌 조직 중 하나다.
감찰담당관이라는 자리는 국세청 내에서 손꼽히는 '요직' 중 하나지만 부드러움과 거리가 멀어 그다지 좋은 소리 듣기는 어려운 자리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자리주인'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기 마련이다.
외연, 그리고 내연의 부드러움까지 겸비한 감찰담당관, 정환만 국세청 감찰담당관이(사진) 그 주인공이다.
□ 계약직 급사부터 출발…'입지전적 국세인'= 정환만 감찰담당관은 '입지전적 국세인'이란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인물이다.
정 과장이 국세청과 연을 맺은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70년대 초 계약직 '급사'로 채용되면서부터.
당시 정 과장의 담당 업무는 사무실에 근무하는 국세공무원들의 잔심부름을 해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약 1년6개월 정도 급사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공채시험을 준비했고 7급 공채 합격이라는 노력의 결과물을 얻어냈다. 이후 청량리세무서에 보직을 받아 근무하면서 못다 한 대학공부도(한양대학교 법학과) 뒤늦게 마치기도 했다.
박찬욱 前서울지방국세청장, 이종규 前코스콤 대표(前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등이 국세청 말단 직원(9급)에서부터 시작해 고위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국세청 사람들은 정 과장도 이에 못지 않은 입지전적 기반을 닦은 인물 중 하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 남 몰래 전하는 사랑, 국세청 '봉사전도사'= 정 과장은 현재 자택 인근의 교회에 다니며 안수집사로 봉직하고 있다. 본인은 손사래를 치지만(?) 신앙심이 남다르다.
정 과장은 깊은 신앙심만큼이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실제로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 재직시절, 종로구에 거주하는 소년소녀 가장 5명을 추천 받아 월 30만원씩 순서대로 생활비를 지원해왔다.
1년에 360만원으로 적지 않은 돈이지만 정 과장의 뜻에 동참한 감사관실 직원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으는데 힘을 보탰다. 정 과장은 현재 서울청 감사관 자리를 떠났지만 아직도 서울청 감사관실 직원들은 정 과장과 함께 생활비를 지원해 주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큰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닌데 여기 저기 알리고 싶지 않았다는 정 과장은 "어려운 시절 기억 때문에 (소년소녀 가장들에게)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자신의 뜻을 전했다.
□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 직원들에게도 '인기'= 국세청 직원들 중 일부는 정 과장이 국세청 감찰담당관으로 보임되면서 직원들의 '저승사자'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에 대해 의아함을 표하기도 했다.
그만큼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을 풍기는 그의 외연이 정 과장이 맡은 역할과 그다지 매치가 안됐기 때문. 그러나 정 과장은 국세업무에도 능하지만 감찰·감사업무에 정통한 국세공무원 중 한 명이다.
정 과장과 함께 근무해 본 직원들은 정 과장이 치밀하고 꼼꼼한 업무처리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후덕한 인상과 부드러운 성품으로 직원들에게 '친형' 같은 이미지로 다가선다고 전했다.
흔히 국세청 감찰담당관 자리는 직원들로부터 '좋은 소리 듣기 힘든 자리'로 통한다. 정 과장 스스로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
정 과장은 직원들을 감독하는 것과 동시에 직원들을 섬기는 일도 감찰담당관실의 업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정 과장은"(직원들을 섬기는 것은)나 스스로 몸을 낮추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환만 국세청 감찰담당관 프로필]
▲1952년, 충북 영동 ▲학산상고, 한양대 법학과(한양대대학원) ▲7급 공채 ▲청량리세무서 , 국세청 재산세1과, 서울지방국세청 특조1과,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실, 북인천세무서 부가세과장, 안산세무서 재산세 과장, 용산세무서 부가과장.
▲서울지방국세청 인사계장, 서울지방국세청 감사1계장, 제천세무서장, 중부지방국세청 총무과장, 수원세무서장,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 국세청 심사2과장, 국세청 감찰담당관(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