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국내 대형 금융지주회사와 `대등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권에서는 벌써 누구와 손을 잡을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합병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거론되고 있다.
황 회장은 전날 "`빅3'(국민, 신한, 우리금융) 간에 대등합병이 일어난다면 400조∼500조 원의 은행이 탄생돼 아시아 10위, 세계 50위권 근처가 된다"며 "`빅3'와 합병이 안돼 100조 원대 은행과 합병된다면 자산 350조원으로 시작해 500조로 키운다는 전략을 시도해야 할 것"이라며 신한, 우리금융에 우선 `러브콜'을 보냈다.
시장에서는 KB금융지주와 신한지주간의 합병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원은 "서로 보완할 점이 있어야 합친 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신한지주의 경우 이미 사업 모델을 갖춘 상태이기 때문에 합병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신한지주 경영진은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잇따라 인수한 만큼 당분간 M&A보다는 내실 경영에 치중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우리금융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부가 우리금융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에 대한 지분 매각과 민영화를 추진 중이지만 산은과 기업은행의 경우 정책금융 문제와 맞물려 있어 우리금융이 시장에 가장 먼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황 회장이 우리금융 인수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언론을 통해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나금융 등도 우리금융 인수를 노리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경우 KB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소매금융 위주의 은행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두 회사끼리 합칠 경우 시너지보다는 업무 중복 등의 문제가 발생할 거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1, 2위인 국민과 우리금융을 합쳤을 경우 시너지 효과는 없으면서 거대한 `공룡 회사'가 탄생할 것"이라며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이려면 합병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우리금융과 합병 문제는 정부의 판단에 달려있기 때문에 정부가 최종적으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아직 점치기가 어렵다.
우리금융 인수가 어렵다면 KB금융지주는 하나금융 쪽에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열세인 하나금융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KB국민은행이든, 우리금융이든 다른 금융기관과 합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도 "M&A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데다 하나금융의 경우 프라이빗뱅킹(PB) 부문 등에서 강점이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황 회장이 어떤 특정 회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환은행에만 집착했다가 인수가 어려워진 전례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백지상태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