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도입 이후 총 44건 공개심의…납세자 권리구제 22건
"국세청 및 지자체 '공개세무법정' 도입 필요하다"
"납세자에게 잘못 부과된 세금에 대한 권리구제기능을 제고하고 패소한 납세자는 당초 부과된 세금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담당공무원들도 보다 '적법한 과세'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됩니다. 이것이 공개세무법정을 실시하는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전국 자치단체 중 최초로 '공개세무법정'을 도입, 납세자와 일반인에게 지방세 이의신청 심의 전 과정을 공개해 납세자 권익보호는 물론 세무심의의 객관성과 공정성 제고에 앞장서고 있는 유상호 서울시청 지방세제과장의 말이다.
유 과장은 지난 1976년부터 서울의 유명 대학과 학원가에서 공무원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헌법과 행정법 등을 강의, '법의 제왕'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공시생(公試生)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한 인물로 통한다.
이 같은 '실력'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공직에 입문한 유 과장이 지난 1990년대 초반 서울시 지방의회가 구성될 당시 서울시 초대 법제심사팀장에 발탁하도록 만든 밑거름이 됐다.
유 과장은 법제심사팀장을 지내면서 해박한 이론과 실무경험을 접목한 독창적인 교육방법을 마련, 지방공무원들의 업무능력을 제고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서울시에서 관장하는 지방세를 총괄하는 서울시 세제과장을 맡은 이후 유 과장은 공개세무법정 도입을 주도했다.
종전에는 납세자가 지방세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서면으로만 결정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과세심의를 처분청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납세자 구제가 어렵다는 것을 간파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책으로 만들어 낸 것이 공개세무법정.
유 과장은 이와 관련해 "종전에는 관세관청이 납세자에게 세금을 잘못 부과하더라도 납세자가 항변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었다"며 "과세관청에 대한 납세자 신뢰도 및 세무심의에 대한 공정성 확보를 위해 공개세무법정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유 과장은 이어 "공개세무법정 도입으로 납세자가 세금부과에 대한 억울함을 서울시 세제과 직원인 특별세무 민원담당관과 함께 공동으로 변론케 함으로써 납세자 권리구제기능 강화는 물론 방청의 권리 또한 크게 확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공개세무법정의 장점 중 또 한 가지는 '비용부담'이 전혀 없다는 것.
유 과장은 이에 대해 "납세자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소송비용이 들지만 공개세무법정에서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시는 지난 4월 공개세무법정을 도입한 후 납세자가 제기한 총 44건의 이의신청 중 22건을 구제하는 등 세금부과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 과장은 공개세무법정에 대한 애착만큼이나 아쉬움도 있다고 밝혔다. 꼭 필요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타 과세관청에서는 이 같은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 않기 때문.
유 과장은 "이 제도는 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률에는 행정심판 공개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법 개정을 통해 납세자가 제기한 이의신청을 속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과장은 이어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부과한 세금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즉각 패소해야 하고, 법원 또한 모든 입증책임을 약자에게 부여하기 보다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자에게 부담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유 과장은 "국세청에는 과세전적부심사제도와 이의신청 제도 등 납세자 권리구제 제도들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서면으로 이뤄질 뿐 납세자가 변론할 수 있는 상황이 미흡하다"며 "국세청도 본 제도를 도입, 현직법관을 위원장으로 위촉·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상호 서울시 세제과장은?]
▲1951년생 ▲경남 거창 ▲대성고 ▲고려대 ▲단국대 법학박사 ▲동작구청, 서울시 공무원 교육원 교관, 서울시청 법제심사팀장, 서남권 도매시장 건설기획단장, 월드컵 중앙협의회 지원부장, 성북 수도사업소장, 서울시 세제과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