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정상화, 부동산 투기 잡기 위해 탄생
'강·부·자 정권' 탄생으로 사실상 '폐지'로 가닥
종합부동산세가 대폭 완화돼 불과 1조원 남짓의 세수를 기록하게 되는 등 세목 존재 자체가 유명무실화될 전망이다. 향후에는 폐지해 지방세인 재산세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23일 종부세 과세기준 상향 조정, 과세표준 및 세율인하, 1세대 1주택 고령자 세액공제 도입 등 종부세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종부세가 시행된 지 3년도 안 돼 '식물제도' 판정을 받은 셈이다.
종부세는 지난 2005년 5월에 처음 도입돼 같은 해 8월 31일 '부동산 8.31대책'으로 대폭 강화돼 부동산 투기를 때려잡는 세금이 됐다가, 다시 3여년 만에 시행 당시보다 훨씬 완화된다.
과세기준 금액이 2005년 도입 당시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8.31대책으로 '6억원 초과'로 강화됐으나, 9.23대책으로 다시 '9억원 초과'로 돌아왔다. 세부담 상한 역시 전년도 세부담의 150%에서 300%로 올랐다가, 다시 150%로 회귀했다.
과세표준과 세율은 도입 당시부터 ▲3억 1% ▲3~14억 1.5% ▲14~94억 2% ▲94억 3%을 계속 유지해왔으나, 9.23대책으로 ▲6억 0.5% ▲6~12억 0.75% ▲12억 1%로 변경됐다.
과표적용률은 2005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50%가 적용됐으나, 8.31대책으로 매년 10%p상승해 올해 80%의 과표적용률이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과표적용률 80%(공정시장가액)를 기본으로 가격 상승·하락에 따라 탄력적(공시가격의 60~100%)으로 운영된다.
과세방식은 시행 당시 인별합산에서 8.31대책으로 세대별 합산으로 전환된 후 올 연말경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종부세는 폐지 수순을 밟게된다.
<종부세 3대 변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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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종부세 도입 |
2005년 8월 종부세 강화 |
2008년 9월 종부세 완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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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기준 금액 9억원 초과 |
과세기준 금액 6억원 초과 |
과세기준 금액 9억원 초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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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표준및세율 |
과세표준및세율 |
과세표준및세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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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표적용률 50%, 공시가격 기준 |
과표적용률 매년 10%p상승, 공시가격 기준 |
과표적용률 80%유지, 공정시장가액 탄력적 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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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담 상한 150% |
세부담 상한 300% |
세부담 상한 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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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별 합산방식 |
세대별합산 방식 |
12월 헌재판결에 따라 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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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 고령자 세액공제 |
□2005년 종부세 첫 시행, "부동산을 잡자"= 종부세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2003년 참여정부의 10.29대책으로 탄생해 2005년 처음 시행됐다.
당시 참여정부는 "현행 보유세 수준이 너무 낮아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과 상당한 차이가 있고,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다소 미흡하다"고 밝혔다.
참여정부에 따르면 2005년 기준시가 10억원(시가 13억원 정도)인 고가주택의 보유세는 189만원에 불과해 보유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심지어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해 2006년 이후 매년 평균 21%수준으로 세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부세 시행 첫 해인 2005년 정부가 종부세로 거둬들인 세수는 4413억원으로 세수기여도는 적었다. 또한 종부세로 부동산 투기가 사라지지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도 않았다.
□8.31대책, 종부세 강화-"세금 폭탄"= 종부세를 도입했는데도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자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2005년 8.31대책으로 종부세 강화 대책이 마련됐다.
참여정부는 공시가격 11억원(시가 13억7000만원)인 고가주택의 2005년 보유세가 296만원(실효세율 0.21%)으로 아반떼승용차(시가 1400만원) 보유세 27만원(실효세율 2.0%)에 비해 턱없이 낮아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고가주택 기준이 9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돼 종부세 과세 대상은 2005년 7만여명에서 2006년 34만1000명으로 5배 이상 확대됐으며, 작년에는 50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인별 합산 방식이 부부간, 세대원간 분산 등기를 통한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세대별 합산 방식으로 전환됐다. 참여정부는 세대별 합산 과세를 "세대별 주거현실에 기초한 것으로 형평성 차원이나 경제현실에 부합되는 과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종부세 강화와 더불어 양도소득세 강화 등으로 주택을 보유하지도 팔지도 못하게 되자,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어쨌든 갖은 방법을 모두 동원한 덕분에 참여정부의 소원대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일은 없어졌다.
□9.23대책-"종부세=이상한 세금"=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종부세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 종부세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이상한 세금이 돼 장기적으로는 폐기처분 될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종부세는 '담세력을 초과해 지속 불가능한 세금', '보편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세제', '수익자 부담원칙을 위반하는 세금', '재산과세원칙과 배치되는 세금'등으로 매우 나쁜 세금으로 포장이 됐다.
정부는 종부세는 와그너의 조세원칙(충분성, 보편성, 공평성, 세원선택의 원칙)에도 어긋나며, 담세력을 고려하지 않아 지속이 불가능한 세금"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부의 종부세 완화 방안은 조세원칙과 일반적인 보유세제 원칙에 맞지 않는 종부세 제도를 정상화하는 차원이라는 얘기다.
종부세는 내년 분부터 올해 3조원의 세수를 거두던 세금에서 1조원 가량의 세수를 걷는 세금으로 축소되며, 현 정부 임기 내에 폐지된 후 지방세인 재산세로 전환된다. 세금을 정상화하려면 종부세 폐지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