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세무서, 5천여명 납세자와 '세무 멘토링'
FUN세무서 운동으로 스킨십‥공감과 동참 유도
채소밭 가꿔 수익금은 봉사활동 성금으로
한번쯤 국세청이나 세무서에 문의 전화를 걸어본 납세자라면 '우리 소관이 아니다' 혹은 '다른 부서로 전화하라'는 등 이부서 저부서로 빙빙 돌리는 전화통에 '울화통'이 터져본 경험이 한두번은 있을 것이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세무문제를 두고 당장 어디에 전화해야 속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을지 고민스러운 경우가 다반사지만, 과세당국 입장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었다.
최근 서울의 한 세무서에서는 이런 납세자 불편사항이 해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비결은 납세자와 세무공무원이 '친구'가 되는 것.
10일 서대문세무서(서장 장영주)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세무 멘토링(Mentoring)' 제도를 통해 총 5352명의 납세자가 이 세무서 직원들과 수시로 상담, 서비스를 받고 있다.
멘티(납세자)가 세무서에 전화를 걸면 담당 멘토(세무서 직원)가 자신의 소관 업무가 아니더라도 직접 상담 및 문제해결을 책임지고 돕는 이 서비스는 지금까지 총 602건의 상담이 이뤄질 정도로 반응도 좋다는 후문이다.
서대문세무서 관계자는 "납세자가 세무문제에 접했을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내용이 복잡해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라며 "세무서를 어렵게 생각하는 납세자를 위해 직원 2~3명을 친구로 지정, 상시적으로 편하게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 "납세자와 소주 한잔하면 대성공"‥"유착관계 걱정 없어요"= 최근 은평구 불광동에서 돈까스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자신의 멘토로 지정된 최봉욱 조사관에게 간이과세자로 전환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문의했다.
최 조사관은 자신의 업무가 아님에도 불구, 간이과세 충족요건을 확인하고 담당자에게 세적변경을 요청해 문제를 해결해주고, 결과를 회신했다. 도움을 받은 A씨는 세무서장에게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세무 멘토링'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세무공무원과 납세자간의 유착관계가 생길 수 있기 때문.
장영주 서대문세무서장은 "유착관계를 우려해 시행 초기에는 조심스럽게 납세자의 신청을 받았었다"며 "그러나 호응이 없어 직접 납세자에게 찾아가는 방식을 택했고, 지금은 다른 관내 사업자들까지 참여하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장 서장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과 직접 대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착에 대한 문제도 없다"며 "납세자와 공무원이 소주 한잔하면서 친해지고, 편하게 세무 문제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게 되면 이 제도는 대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서울지방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이 제도에 대해 더욱 연구해 확대 시행해보라는 재정위원의 제안도 있었다고 장 서장은 소개했다.
□ 직원들은 '하이파이브'‥"웃으면 다 된다"= 서대문세무서 직원들은 서로 마주치면 딱딱한 인사 대신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세무서 곳곳에는 '웃으면 다 된다'는 문구가 붙어있고, 실제로 직원들의 얼굴에도 대부분 '웃음꽃'이 피어있다.
이는 올해 초부터 시행하고 있는 'FUN 세무서' 운동의 일환으로 청사 로비에 웃음존을 설치하고, '스마일 킹 선발대회'를 실시하는 등 딱딱한 업무공간에 유머를 도입해 직원들의 창의적이고 열린 행동을 유도하고 있다.
서대문세무서 관계자는 "처음에는 직원들이 어색해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발적인 의지가 생기면서 직장 내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며 "요즘에는 주말에 열리는 팀별 모임에도 100% 참석률을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이밖에 세무서 별관 옥상에는 채소밭을 조성해 채소판매 수익금으로 봉사활동 성금으로 사용하고, 관내 아파트·학교 등을 방문해 세무서의 각종 업무에 대해 직접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장 서장은 "획일적인 지시보다는 직원들의 공감과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토론을 많이 한다"며 "내부에서 웃음이 가득하고, 활기찬 분위기가 형성되면 납세자들에게도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