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숙원'담긴 세무사법 개정안…이번에는?

변호사, 세무사 자동자격 취득 폐지 '관심집중'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각종 세법개정안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심의가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야심작인 감세법안과 종부세법 개정안 등이 대거 제출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재정위 심의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세법개정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재정위 세법심사소위와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심의과정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통과돼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얽힌 민감한 사항이 담긴 개정안에 대해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현재 정부가 제출한 각종 감세법안과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 추진하고 있는 부가세 인하법안, 정부의 종부세 완화법안 등은 법률안 심사를 진행할 여·야 국회의원간 상당한 논쟁을 야기할 소지가 다분하다.

'메인메뉴'에는 속하지 않지만 나름대로 상당한 '논란소지'를 안고 있는 법안도 다수다. 특히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이 제출한 '세무사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세무사 업계의 숙원(宿願)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법률안이 제출, 기획재정위원회(당시 재정경제위원회)심의를 통과해 본회의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채 사장됐었다.

이상민 의원이 재선에 성공, 지난 8월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동자격을 부여하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재차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정부가 제출한 기타 세무사법 개정안 등과 함께 이번 정기국회에서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 국회 계류 중인 세무사법 개정안, 내용은?= 현재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인 세무사법 개정안은 정부가 제출한 법안과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법안 등 총 3개이다.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폐지(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 세무사에 주택가격공시 '이의신청대리권' 부여(한나라당 배영식 의원).

이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업계의 숙원임과 동시에 세무사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정신적 이득을 얻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법안이다. 배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세무사의 '업역'을 확장하는 경제적 이득을 창출할 수 있는 법안이다.

정부가 제출한 세무사법 개정안은 주로 한·미FTA체결과 연계된 개정법안이다. 주요 내용은 무자격자의 세무대리 업무 광고·표시행위 형사처벌 규정 신설 및 세무사 자격시험 응시자 관련 제도개선,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 세무사 및 세무법인 관련 규정신설 등이다.

□ 자동자격 폐지, 이번에는 가능할까?= 이상민 의원이 제출한 세무사법 개정안은 지난 2월 17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졌었다. 당시 재정경제위원회 세법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성사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만 무사히 통과하면 국회 본회의 표결통과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

재경위를 거쳐 상정된 개정안은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된 심의도 이뤄지지 않은 채 무산됐다. 아울러 17대 국회가 종결되면서 법률안 자체도 폐기됐다.

이상민 의원의 재발의로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폐지 문제가 18대 국회에서 다시 한번 논의될 예정이지만 현재 업계에서는 성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그다지 높지 않은 모습이다.

재정위를 통과하더라도 대부분 전통적으로 율사 출신이 강세를 이루고 있는 법사위의 관문을 이번에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가능성 없는 '소모전'에 업계의 역량을 쏟아붓는 것은 자제해야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며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변호사들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성사 가능성도 낮을뿐더러 낭비적인 부분이 다분하다"며 "세무사의 사회적 위상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제도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눈 앞의 '실익'얻는데 '총력'기울여야= 업계에서는 현재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보다는 현실적인 '실익'을 얻을 수 있는 세무사법 개정안 성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세무사법 개정안 중 공인중개사, 법무사 등 무자격자의 '세무상담' 등 세무대리업무 광고·표시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은 그 동안 타자격사에 무분별하게 빼앗겼던 고유업역을 되찾아올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공공업무에 대한 세무사 위탁 수행 근거 명시 및 세무법인 소속 세무사 업무수행시 대표성 부여 등도 세무사의 위상을 제고하고 세무법인 대형화를 유도, 업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한·미FTA체결에 따른 세무대리 업계 개방과 관련해 내국인 세무사 업계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는 내용도 대거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제출한 세무사법 개정안의 국회통과 여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정부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한·미FTA비준과도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다소 불투명한 측면이 있다는 전언이다. 정부의 세무사법 개정안 중 일부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시장개방과 맞물려 있는 부분은 FTA발효 이후 시행으로 묶여 있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가 제출한 세무사법 개정안은 한·미FTA와 결부된 사항도 포함하고 있지만 FTA와 관계없는 부분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며 "FTA비준과 연계해 처리할 것인지 등 여부는 전적으로 국회의 몫"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