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세대별 합산 '위헌'…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대못빼기'
1주택자 예외규정 신설 요구…정부 세제개편 '힘' 받을 듯
참여정부가 부동산 투기 척결의 일환으로 도입했던 '정책세금' 종부세가 도입된 지 4년 만에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13일 현행 종부세 제도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세대별 합산 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세대별 합산 규정은 즉각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헌재는 또 거주목적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도 예외적인 세금감면 또는 면세 등 세법개정을 전제로 2009년 12월31일까지만 생명력을 부여했다.
이 부분에 대한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010년 1월1일부터는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의 효력 또한 상실된다. 어떤 형식으로든 정부가 세제개편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 소지를 제거해야 한다.
헌재의 결정은 사실상 종부세를 '식물세금'으로 만들어 버린 결과를 낳았다.
인별 합산 체계로 전환해 제도의 명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과세대상자의 대폭적인 축소, 이에 따른 세수 규모는 '쥐꼬리'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 종부세 어떻게 되나= 헌재가 종부세 제도 자체가 아닌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을 내려, 종부세의 명맥은 유지되게 됐지만 사실상 헌재의 결정은 정부에게 종부세 폐지의 확실한 '명분'을 쥐어준 셈이 됐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를 시행, 과세대상자를 대폭 늘리고 수 천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세수를 2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헌재가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효력이 상실됨에 따라 종부세 대상자와 세수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거주목적 1주택자에 대한 무차별 과세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았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 헌재는 2009년 12월31일까지 제도개선을 하지 않으면 이 부분의 효력 또한 상실된다고 결정했다.
정부는 현재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금액을(주택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환원하고 1주택자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제도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정부는 세대별 합산 부분은 헌재 결정에 따르겠지만 내심 인별 합산 전환을 검토해 왔다.
결과적으로 헌재의 결정은 정부의 종부세 완화방안에 확실한 '추진력'을 심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종부세는 식물세금 상태를 유지하다 정부의 방침대로 폐지, 재산세 체계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 과세대상자·세수 얼마나 줄어들까= 헌재의 결정과 재정부의 개편안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경우 종부세 대상자는 현재의 1/10 수준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세기준 상향, 인별 합산 적용, 1주택자 세금감면 등이 모두 시행되면 종부세는 '껍데기'만 남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
국세청이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과세인원 37만9000세대 중 공시가격 6∼9억원의 주택을 소유한 납세자는 22만3000세대로 58.8%를 기록했다. 주택 종부세 과세기준을 9억원으로 조정하면 과세대상자가 절반이 넘게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더해 헌재 결정으로 인해 효력을 상실한 세대별 합산이 폐지되고 인별 합산으로 전환되면 부부가 합계 18억원 상당의 주택을 보유하더라도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16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세대는 3만3000세대로 전체의 8.6%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우에 따라 90% 이상이 종부세 면제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과세 대상자의 축소는 세수감소로 이어진다. 정부는 종부세 도입 초기(주택기준 과표 9억원, 인별합산) 4000억원 수준의 세수를 거둬들였다. 과표기준을 올리고 세대별 합산을 도입한 이후에는 2조원 이상의 세수를 기록했다.
정부의 개편안과 헌재 결정이 적용된다면 정부가 종부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세수의 규모는 현재에 비해 큰 폭으로 낮아지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대국민 피해' 어떻게 보상할까= 일단 정부는 헌재 결정에 따라 세대별 합산을 적용해 과세됐던 세액을(2006년, 2007년) 가산금과 함께 납세자들에게 환급해 줄 계획이다.
그러나 단순히 세금환급 만으로는 종부세로 인해 국민들이 받은 피해를 보상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종부세는 前 정권의 부산물이다. 다시 말해 종부세 제정의 '책임'을 지울 사람이 지금은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종부세 세대별 합산 체계를 도입하면서 이를 집행할 인력(공무원)들을 대거 선발하고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살을 찌우는데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것도 결국 국민들에게 간접적인 피해를 입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종부세에 대해 '전 정권이 만든 제도'라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지난 정부의 대통령과는 다른 생각을 지닌 대통령을 모시는 기획재정부에게만 전적인 책임을 지우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종부세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들이 떠 안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