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오는 17일 1차 시한으로 알려진 대주단(채권단) 자율 협약에 상위 100개 업체가 일괄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이 가입 여부를 놓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대주단 협약에 가입하면 대출 만기를 1년 연장해주는 등 혜택이 주어지지만 자칫 그 자체가 외부에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또 자금난이 심각하지 않은 건설사 중에는 섣불리 대주단에 가입했다가 금융기관의 간섭을 받게 될까 봐 달가워하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상위 10대 건설사 중 4~5곳은 마감 시한까지 대주단 협약 가입을 놓고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이들 대형 업체들은 타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막판에 대세를 따르려는 지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도 경제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주단에 가입해 대출 만기를 1년이라도 연장할 수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경쟁사들이 가입하지 않는다면 회사 이미지를 의식해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대주단 협약으로 대외 신인도가 하락할 경우 해외 공사 수주와 공사대금 회수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며 "아직 내부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타사 결정을 봐가며 가입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사의 이미지를 중시하는 S, P, L, H사 등 3~4개 대형 건설사들은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 만큼 아예 가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반면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 건설사들은 대부분 대주단 협약에 가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중·소 건설사는 대주단 협약에서 탈락할 경우 '퇴출 건설사'로 낙인찍혀 자금조달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활을 걸고 달려드는 분위기다.
주택사업을 주로 하는 중견 건설사의 한 임원은 "단독으로 가입하라고 할 때는 회사 평판이 나빠질까 봐 꺼렸는데 상위 100개사가 일괄 신청한다면 그런 우려가 없을 것 같다"며 "오히려 이번 기회를 적극적으로 살려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업체는 이번 대주단 협약에 대형 건설사들도 모두 참여해주길 바라고 있다. 자금력이 좋은 대형 업체가 대주단에 가입해야 색안경을 끼지 않고 바라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이와 관련해 대한건설협회는 대형 건설사의 대주단 가입을 적극적으로 당부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건설업계 전체가 힘을 모아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때"라며 "대형 건설사들이 업계 전체를 위해 솔선수범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