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현행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은 무효"
거액의 결손금이 누적된 회사에 특수관계자가 채무면제 등을 통해 누적결손금의 일부를 보전해 준 경우 최대주주 등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상속·증여세법 제41조에서 특정법인과의 재산의 무상제공 등 거래를 통해 최대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경우'를 전제로 이익계산방법을 시행령에 맡겼는데, 법인이 얻은 이익을 바로 주주가 얻는 이익으로 계산하도록 한 것은 위임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라는 것.
대법원은 15일 "특수관계자가 누적결손금의 일부만을 보전했기 때문에 주당가치가 여전히 음수로 나오는 데도, 주주에게 이익이 있는 것으로 봐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한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규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지난달 19일 내려졌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석某씨(사망)는 아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2년 이상 결손금이 누적된 비상장회사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는 채권 24억210만원을 포기해줬다. 그러나 누적결손금이 채무면제이익보다 더 커서 이 회사는 여전히 누적결손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용산세무서는 2004년 11월 상속·증여세법 제41조와 시행령 제31조 제6항을 적용, 이월결손금보전액에 최대주주의 주식지분율을 곱한 금액을 증여의제이익으로 계산한 뒤 증여세를 부과했던 것.
상속·증여세법 제41조 제1항에서는 특정법인의 주주 또는 출자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당해 특정법인과 재산 또는 용역을 무상제공하는 등 거래를 통해 특정법인의 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보도록 하고 있다.
또 제2항에서는 이 때의 이익계산방법을 시행령에 위임했고 이에 따라 시행령 제31조 제6항은 주주 등이 얻은 이익을 '증여재산가액 또는 채무면제 등으로 인해 얻는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결손법인은 당해 결손금을 한도로 한다) 등에 해당 최대주주 등의 주식 등의 비율을 곱해 계산한 금액(당해 금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 한한다)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 제41조가 특정법인과의 재산의 무상제공 등으로 최대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경우' 그 '이익의 계산'만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데도, 시행령 제31조 제6항은 특정법인이 얻은 이익이 바로 '주주 등이 얻은 이익'이 된다고 봐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하도록 한 것.
이와 관련 대법원은 "법 제41조는 특정법인에 대한 재산의 무상제공 등이 있더라도 주주 등은 실제로 이익을 얻은 바 없다면 증여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것"이라며 "시행령대로 하면 특정법인에 재산의 무상제공 등이 있다면 그 자체로 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돼 증여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의 규정은 모법인 법 제41조 제1항과 제2항의 규정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무효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2009. 3. 19. 선고 2006두19693)
결손법인이 특수관계자로부터 채무면제 등으로 무상이익을 얻었어도 결손상황을 헤어나지 못해 주식가치가 여전히 부수(-)상태라면, 부수의 절대치가 감소하였다는 이유로 1주당 가액이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
유철형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이번 판결과 관련된 사건은 지난 2002년 생긴 것이지만 대법원이 무효결정을 한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규정은 현행 규정과 동일한 것"이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현행 상속·증여세법 관련 규정도 무효가 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행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이번 대법원 판결을 들이대서 불복하면 부과처분의 취소를 받을 수 있다"고 유 변호사는 설명했다.
